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배경막 글귀가 "일상의 회복을 넘어 더 나은 내일로!"라고 바뀌어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배경막 글귀가 "일상의 회복을 넘어 더 나은 내일로!"라고 바뀌어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새해 여론조사에서도 앞서나가면서 ‘제1야당’ 국민의힘의 고심은 상대적으로 깊어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당내 인사들의 잇딴 출사표로 후보군 진용은 갖췄지만 전국 인지도와 중도 확장 이미지를 가진 안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궐선거 전력 의지를 밝힌 안 대표는 당 최고위·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현안마다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로서 공식 메시지를 내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대세론이 굳어지기 전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 안철수, 계속되는 여론조사 선두

안 대표의 여론조사 1위 질주는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입소스가 SBS 의뢰로 지난 해 12월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서울 거주 성인 8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안 대표가 24.1%의 지지를 받았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5.3%를 상회했다.

야권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9.5%, 나경원 전 의원이 6.3%, 금태섭 전 의원이 2.7%,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1.3%로 뒤를 이었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3.5%p.)

리얼미터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해 12월 28일부터 29일까지 서울 거주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 정치현안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안 대표는 26.2%의 지지를 받았다. 박 장관이 11.6%,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도 각각 10.7%·10.4%로 뒤를 이었다.(95% 신뢰수준·표본오차 ±3.5%p. )

안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서울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생각을 다듬는 중”이라며 “여론조사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고(故) 정인 양 사건과 관련한 재발 방지책을 약속하기도 했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서 입지 굳히기에 나선 셈이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군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여론조사상 안 대표에 이은 차순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은 아직 출마 선언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은 4일 현재 출마 선언을 마친 6명(김선동 전 사무총장, 이혜훈·이종구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에 내일(5일) 출마 기자회견을 앞둔 오신환 전 의원까지 총 7명이 선거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 윤희숙 의원까지 가세하면 국민의힘 후보만 10명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 안 대표와 비교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주자가 없어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안 대표의 서울시장 여론조사 1위 국면에 대해 “단일화는 최종적으로 우리가 목표로 구상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 대표로서 국민의힘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를 만드는 게 내 책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최종 목표인 단일화는 후순위로 두고 우선 선거에 최적화된 국민의힘 후보를 발굴해내겠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 출마와 관련해선 “서울시장에 출마하고 싶다면 인위적으로 못 막는다”며 “다 출마자로 보고 우리가 정한 룰의 경선 과정을 거치면 가장 좋은 후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거물급 주자인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이 선거판에 가세하면 안 대표의 초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까지 포함한 여론조사에서도 안 대표가 선두를 굳힌 것을 감안하면 이미 대세가 기운 게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안 대표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초반이고 경선도 시작하지 않았으니 지켜봐야 한다”며 “야권이 갈등 없이 단일후보를 내고 선거를 제대로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유력주자로 부상한 만큼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서 자존심을 마냥 세우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간헐적으로 안 대표의 정치력을 비판하는 등 ‘관심 없다’는 자세를 견지해왔다. 앞서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제1야당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권 폭정을 종식하는 범야권 플랫폼이 되겠다"고도 했다. 야권 단일화가 보궐선거 승리 필수조건으로 굳어진 만큼 태세 변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최소한 선거 전까지는 안철수를 이전처럼 대놓고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안철수는) 관심 없다’는 말도 큰 의미가 없다. 야권 1위 후보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어떻게 단일화를 하고 선거를 이기나”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책임자이기 때문에 그런 의중을 말씀하시는 것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정서, 얼마나 좋은 일꾼을 뽑아서 이기는 것”이라며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정책을 개발하며 최선을 다해 대비할 것”이라고 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입소스 ·리얼미터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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