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서 추모객들이 선물을 놓고 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두었다. /뉴시스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서 추모객들이 선물을 놓고 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두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정인이 사건’(양천 아동학대 치사 사건)이 방송을 통해 재조명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주로 양형 상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 정치권, 재발방지 및 제도 개선 약속

정세균 국무총리는 5일 긴급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정인이 사건’ 후속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 총리는 “아동학대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해 양형기준 상향을 법원에 요청하고, 입양 절차 전반에 걸쳐 공적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도 입양 절차 전반의 공적 관리·감독과 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정치권도 이번 사건에 애도를 표하며 재발 방지 및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여야는 이를 위해 법사위에서 신속히 논의한 뒤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 김도읍 의원은 “아동학대법과 관련 민법을 임시국회 내 조속히 처리하자고 제안했고, 민주당이 흔쾌히 화답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도 “관련 법안이 40개 정도 제출돼 있는데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7일까지 논의를 마무리하겠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여야는 앞다퉈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아동학대 형량을 2배로 높이고(아동학대치사 10년, 중상해 6년으로 상향)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고,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치사죄의 기본 형량을 5년 이상에서 10년 이상 징역으로, 아동학대중상해죄는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이미 발의해놓았다. 국민의힘 청년조직인 청년의힘이 중심이 돼 피해 아동을 학대 행위자와 격리 조사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 ‘형량 높이기’에만 치우친 아동학대 처벌법

이같이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안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이들 개정안은 단순 형량 올리기에 집중하고 있어 법조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정인이 사건’의 원인은 부실 행정과 잘못된 경찰수사로 인한 것인데, 형량을 부각시켜 사건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여론에 치우친 형량 강화 입법보다는 아동보호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예방책에 신경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양형기준을 높이는 것은 ‘살아있는 정인이’들을 계속 살아 있게 할 수 없다. 기껏해야 사후약방문”이라며 “아동학대 범죄에 개입하는 정부의 공적 시스템 정비와 강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1대 국회에서 아동학대범죄 형량을 높이는 내용의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약 10여건 발의됐다. 대부분 아동학대치사죄의 형량인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의 하한선을 10년 이상으로 높여 현행 살인죄(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사형)보다 법정형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같이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형량을 대폭 늘린 특례법 개정안이 난립했지만 별다른 논의도 없이 폐기됐다는 점이다. 

또한 이같은 법안은 현행 법체계에 혼란을 준다는 이유로 법무부나 법원행정처에서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은 이미 형법의 동종 또는 유사 범죄에 대한 법정형 보다 가중된 형태”라면서 “아동학대치사는 결과적 가중범(加重犯) 임에도 ‘형법’ 상 고의범(故意犯)인 살인 및 존속살인과 비교해도 그 법정형이 높아 다시 가중할 필요가 있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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