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한국 국적의 유조선 'MT-한국케미호'가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사진은 이란 타스님통신이 보도하고 AP통신이 배포한 것으로 'MT-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 선박 여러 척에 둘러싸인 채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AP-뉴시스
4일(현지시간) 한국 국적의 유조선 'MT-한국케미호'가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사진은 이란 타스님통신이 보도하고 AP통신이 배포한 것으로 'MT-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 선박 여러 척에 둘러싸인 채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란의 한국 국적 선박 나포에 대해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대응책을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국가안보실이 유관 부처와 대응책을 긴밀히 협의하라”고 지시했고, 정부는 이에 오전 9시부터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 및 국정원까지 참석하는 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이에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나포 사태에 대한 범정부적 상황을 공유하고, 조율된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오후 3시에는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를 열어 상시적 대응체계를 가동키로 했다. 

강 대변인은 “정부는 이번 우리 선박 억류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사건 발생 직후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상황을 보고한 뒤 어제(4일) 오후 4시56분부터 외교부, 해양수산부, 국방부 등이 참석하는 긴급 관계부처 화상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이던 한국 국적 선박인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가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했다. 현재는 이란 반다르아바스 항에 입항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박에는 한국인 5명 등 20여명이 승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자국민 보호 문제가 아니라 양자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가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란은 표면적인 나포 이유로 해양오염 혐의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우리 정부를 향한 석유 수출대금 반환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이란 제재로 한국 국내 은행의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이 동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의 제재로 코로나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 선박을 나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란 정부가 “한국 정부가 70억달러(약 7조5,700억원)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맞받아치면서 이 해석에 힘을 더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5일 “이란 정부가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확보하려는 코로나19 백신 비용을 한국에 원화로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으로 납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 및 배분 국제 프로젝트다. 참여국가가 선입금을 하게 되면 개발이 완료되는 백신 공급을 보장받게 된다.

한국과 이란은 이란 제재로 직접 거래가 막힌 만큼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우회 입금하고 이란이 대신 백신을 지급받도록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란 측이 송금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코백스 퍼실리티의 자금도 동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어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한국은 이란에 인도적 물품을 지원해 왔으나 이란 강경파는 수출대금 규모에 비해 한국의 지원이 적다는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실무대표단을 현지에 파견해 양자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최종건 제1차관도 오는 1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한다. 강 대변인은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외교부로 창구를 일원화해서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오만 인근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청해부대 최영함은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일종의 무력 과시를 통해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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