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여운 남자’(감독 김정욱)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 ‘귀여운 남자’(감독 김정욱)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어린이 코딩 교육 영업소장 기성(신민재 분)은 사고뭉치인 아버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 딸, 동창과 재혼한 전 부인이 있는 ‘콩가루 집안’의 가장이다. 그런 그의 유일한 꿈은 아내와 다시 합쳐 가족과 함께 넓은 아파트에 사는 것. 그러던 어느날 ‘소심남’ 기성을 귀엽다고 하는 은행 직원 일영(이진리 분)으로 인해 그의 삶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고, 어쩌면 기성은 가족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에 부푼다.

영화 ‘귀여운 남자’(감독 김정욱)는 아내도 집도 돈도 없는, 잃을 건 오직 귀여움뿐인 한 남자가 가족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 ‘극한직업’ ‘스물’ 등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의 각본을 썼고, 단편영화 ‘8월의 일요일들’ ‘비만가족’ 등을 선보인 김정욱 감독이 연출했다.

주인공 기성의 짠내 나는 이야기를 지질한 개그 코드와 B급 유머로 풀어내 ‘웃기는’ 코미디로 극장가를 사로잡겠단 각오로 나섰지만, 결과는 실패다. 웃음은커녕 러닝타임 내내 한숨만 유발하는 ‘귀여운 남자’다. 

가장 큰 문제는 연출이다.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진다. 몇몇 장면에서는 대사와 입모양의 싱크가 맞지 않고, 스마트폰에 광각렌즈를 부착해 촬영한 탓에 화질도 매우 낮다. 시선을 붙드는 요소가 단 한 개도 없다. 사운드부터 미장센, 화면 구성 등 모든 것이 단조롭고 촌스러워 그 어떤 매력도 느낄 수 없다.

완성도가 아쉬운 ‘귀여운 남자’ 스틸컷.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완성도가 아쉬운 ‘귀여운 남자’ 스틸컷.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사채, 청소년 임신, 이혼 가정 등 사회적으로 예민한 소재들을 아무런 고민 없이 담아낸 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미성년자를 두고 ‘잘 익었다’라든가, ‘딸이 아직 어린데 너무 예뻐서 문제’라며 ‘도대체 누굴 닮아서’라는 기성의 대사와 함께 같은 반 남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있는 기성의 딸 모습을 비추는 등 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해 불쾌함마저 느껴진다.

인물들에게 쉽게 몰입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재혼한 전 아내가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는 기성에게 먼저 호감을 표시하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던 일영은 기성과 하룻밤을 보낸 뒤, 갑자기 자신의 신변을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는 점이 그렇다. 일영의 숨겨진 아픔을 드러내고자 함이지만, 너무 뜬금없고 갑작스러워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남녀주인공의 감정선도 매력적으로 그려내지 못했다.

웃음 타율도 낮다.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들과 코믹한 상황들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던 이병헌 감독의 각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력이 없다. 몇몇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지만, 어이없어 터진 웃음에 더 가깝다. 영화 말미 배우들의 슬로모션 연기로 완성된 기성과 사채업자들의 액션 장면은 감독의 야심찬 한 방이었지만, 이 역시 실패다.

실망만 남긴 ‘귀여운 남자’가 관객들에겐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러닝타임 111분, 오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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