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임단협을 해결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했다. /뉴시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임단협을 해결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어수선하고 뒤숭숭한 가운데서도 새해는 밝았다.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새롭게 출발하는 시기다. 하지만 르노삼성자동차는 그렇지 않다. 지난해 해결하지 못한 밀린 숙제부터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판매실적 회복 및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가운데 노사갈등에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

◇ 교섭 테이블 다시 앉았지만… 해결 요원

르노삼성은 국내 완성차업계 중 유일하게 2020년도 임단협을 해결하지 못한 채 2021년에 돌입했다. 나란히 극심한 갈등 양상을 빚어왔던 한국지엠과 기아자동차는 12월에 극적인 타결을 이뤘지만, 르노삼성은 별다른 교섭조차 없이 연말을 보냈다. 노조는 교섭 재개를 거듭 촉구했으나, 미온적인 태도를 이어오던 사측은 2021년 초에 교섭 일정을 조율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사는 7일 마침내 다시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이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노조와 심각한 경영상황을 앞세운 사측의 입장 차가 여전히 현격하기 때문이다.

또한 강성으로 분류되는 노조 집행부가 지난해 조합원들로부터 재신임을 얻으면서 투쟁의 동력을 확보한 상태다. 현 노조 집행부는 당초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민주노총 가입이 지난해 9월 조합원 투표를 넘지 못하고 좌초하며 난관에 봉착한 바 있다. 

이후 노조 집행부 임기 만료가 임박하면서 노사 교섭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사측이 휴업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현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선거에서 56.79%의 득표로 연임에 성공하며 다시 사측과 마주하게 됐다.

국내 완성차업계 중 유일하게 임단협이 해를 넘겼지만, 르노삼성에겐 오히려 익숙한 상황이다. 르노삼성은 앞선 2년도 임단협이 해를 넘긴 바 있다. 2018년 임단협은 이듬해 6월, 2019년 임단협은 이듬해 4월에 이르러서야 마침표를 찍었다. 어느덧 3년 연속 임단협이 해를 넘기게 된 것이다. 특히 전년도 임단협을 가까스로 마치고 나면 이내 새로운 임단협으로 갈등을 빚는 상황이 반복됐다. 

문제는 르노삼성이 처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데 있다. 르노삼성은 최근 수년간 극심한 내수시장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출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총 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34.5% 감소했고, 수출의 경우 무려 77.7%나 감소했다. 판매부진과 경영악화, 노사갈등이 뒤엉켜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경영정상화의 키를 쥐고 있는 XM3 수출이 본격화 될 예정이어서 노사갈등 해결이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과거 노사갈등 경험이 많지 않았다 보니, 더 큰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계인데다 전반적으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근본적인 노사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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