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석달 앞둔 7일 ‘조건부 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단일화의 일환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합당을 결심하면 불출마하고, 그렇지 않다면 출마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 대표의 타 당 입당은 사실상 합당으로 연결되는 만큼, 오 전 시장은 자신의 출마를 매개로 안 대표의 국민의힘 합류를 압박한 셈이다.

오 전 시장의 제안에 안 대표 등 야권 후보군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해석이 나오면서 선거판에 잔잔한 파장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 안철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 희박

오 전 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화가 승리로 이어지고 그 동력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길 대다수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우리 당과 안철수 후보께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 전 시장은 안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달라”며 “합당을 결단하면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면 저는 출마하지 않고 야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입당이나 합당 후 경쟁하는 방안이 야권단일화 실패 가능성을 원천 봉쇄함과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단일화 외 다른 의도가 없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이번 제안에 저 오세훈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없다”며 “저는 대의 앞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했다.

오 전 시장이 거론한 안 대표의 답변 기한은 17일까지다. 이는 국민의힘 경선 일정에 따른 판단이다. 앞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8일부터 21일까지 후보 서류를 접수 받기로 결정했다. 심사는 22일부터 27일까지, 예비경선 진출자 발표는 28일이다.

오 전 시장은 기자회견 이후 별도 브리핑에서 “17일까지는 안 후보의 결단을 기다리겠다”며 “간곡히 요청드렸으니 입당, 합당해서 경선하길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 제안의 실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평가다. 안 대표는 정치 입문 후 위기 때마다 창당(4회)과 탈당(2회)을 거듭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창당한 국민의당을 포기하는 것은 정계은퇴를 고려한 승부수를 던질 때 외에는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국민의힘에 입당해도 경선을 통과하리란 보장도 없다.

3석 국민의당은 102석 국민의힘에 비해 원내 존재감은 낮지만, 야권 단일화가 화두로 떠오른 이번 선거에서는 다르다. 국민의힘 후보보다는 국민의당에서 안 대표의 폭넓은 인지도와 중도 확장력을 활용해 여론의 주목을 받는 편이 낫다는 시각도 있다. 더구나 안 대표는 최근 차기 서울시장 선호도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현 국면에서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다. 기자회견을 보고 난데없는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 전 시장이 과거 (시장을) 중도사퇴한 책임을 희석하고 출마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안 대표 입당을) 출마 명분으로 삼은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안 대표는 오 전 시장의 제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오 전 시장 제안 관련 질문에 “후보 단일화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서울시민, 모든 야권 지지자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오 전 시장 의견은 후보 단일화를 반드시 이뤄 선거를 승리하고 정권교체 초석을 만들겠다는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입당을 에둘러 거절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의 예방을 받고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의 예방을 받고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오세훈 제안에 상반된 시각

국민의힘 내에서도 서울시장 후보군을 중심으로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오 전 시장이 출마를 정당화하기 위해 가능성이 없는 조건을 내걸었다는 비판과 ‘야권 단일화’라는 대전제와 안 대표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적절한 제안이라는 평가가 공존했다.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조건부 출마 선언은 당당하지 않다. 오늘 회견은 확실한 출마선언으로 들린다”며 “안철수 후보가 17일까지 입당할 가능성은 없을 이야기다. 대선을 꿈 꾸던 분이 서울시장에 연연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오신환 전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오 전 시장의 제안은 그동안 내가 제안한 대통합 전제 범야권 공동경선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며 “단일화 가능성을 100% 충족하고 야권 전체 혁신을 통한 본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면 국민의힘과 안 대표의 통합은 당연한 전제가 돼야 한다”고 했다.

‘무응답’도 있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오 전 시장 회견 관련)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나 전 의원은 지난 3일 오 전 시장과 만나 보궐선거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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