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워싱턴 미 국회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워싱턴=AP/뉴시스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워싱턴 미 국회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워싱턴=AP/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워싱턴DC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미국 민주주의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 회의가 열린 지난 6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 4명이 숨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대 중 한 명은 경찰이 쏜 총을 맞고 사망했고 3명은 의료 응급 상황으로 숨졌다. 연방의회 경찰관 한 명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상·하원 합동회의를 방해하기 위해 의사당에 난입했다. 의사당 밖에 몰려든 수천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시위대는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벽을 타고 기어 올라 의사당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일부는 의회 건물 창문을 깨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총성도 울렸다.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터트린 최루가스도 피어올랐다.

의사당 안으로 들어간 일부 시위대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던 연단 등에 앉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의사당 난입 사태가 벌어지자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이날 저녁 6시부터 7일 오전 7시까지 통금을 명령했다. 또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다음 날인 21일까지 공공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한바탕 대혼란이 벌어진 후 오후 5시 40분쯤 경찰이 난입자들을 건물 안에서 몰아내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의사당 난입 사태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선동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지지자들의 시위 때 연단에 올라 “대선 불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의회로 행진할 것이다.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후 시위대는 의회로 몰려갔다.

미국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회 난동 사태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 그의 직무를 박탈하는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거나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집무실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전직 대통령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공화당 소속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대선 뒤 이어진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무모한 행동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라고 규탄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역사는 현직 대통령이 선동해 의사당에서 벌어진 폭력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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