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엠히어’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NEW
영화 ‘#아이엠히어’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프랑스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셰프 스테판(알랭 샤바 분)은 장성한 두 아들과 전처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중 SNS를 통해 한국인 여성 수(배두나 분)와 인연을 맺게 되고, 일상을 공유하며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어느 날 스테판은 서울에서 벚꽃을 같이 보면 좋겠다는 수의 한 마디에 모든 걸 뒤로 한 채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들뜬 마음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스테판은 연락 없는 수를 하염없이 기다리기 시작하고, 기약 없는 공항 라이프를 시작한다. 그는 그녀와 만날 수 있을까.

영화 ‘#아이엠히어’(감독 에릭 라티고)는 SNS를 통해 알게 된 수(SOO)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한국행을 택한 프렌치 직진남 스테판이 도착하자마자 겪게 되는 좌충우돌 여행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언터쳐블: 1%의 우정’ ‘레옹’ ‘라붐’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프랑스 대표 제작사 고몽(Gaumont)의 신작이자, 프랑스 국민 스타 알랭 샤바와 배두나의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많은 이들의 삶 일부가 돼버린 SNS를 소재로,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과 교류하는 현재 사회를 그려내 공감을 전한다. 나이와 국적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SNS의 특징을 활용, 재미와 공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

스테판이 수를 기다리며 ‘#IAMHERE’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예상치 못하게 유명 인사가 되는 과정이 유쾌하게 펼쳐져 웃음을 자아낸다. 또 낯선 문화와 통하지 않는 언어로 인한 답답함도 잠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국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가며 공항 생활에 익숙해져가는 그의 모습 역시 훈훈한 미소를 짓게 한다.

‘#아이엠히어’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알랭 샤바(왼쪽)와 배두나. /NEW
‘#아이엠히어’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알랭 샤바(왼쪽)와 배두나. /NEW

SNS 시대 속 ‘관계 맺기’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스테판은 SNS를 통해 알게 됐지만, 실제론 본 적 없는 수에게 가족보다 더 깊은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만난 수는 “좋았던 관계를 깨버렸다”며 스테판에게 ‘눈치’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간다.

긴 기다림, 수와의 짧은 만남 끝에 스테판은 “괜히 온 것 같다”고 자책하면서도, 자신을 위해 한 걸음에 달려온 두 아들과 새로운 추억을 쌓고 곁에 있는 이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데면데면하기만 했던 아버지와 아들이 비로소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장면은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외국인 스테판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의 색다른 풍경도 신선한 볼거리다. 전체 분량의 70%가 한국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웅장하고 활기 넘치는 인천국제공항부터 계절감이 물씬 풍기는 청계천, 신구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광화문까지 서울의 모습을 다채롭게 담아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스테판이 공항에 있는 동안 영화‧공연 관람 등 문화생활은 물론, 찜질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미용실을 찾아 헤어스타일까지 바꾸는 등 우리도 미처 몰랐던 인천국제공항의 모습은 엉뚱하면서도 신선한 매력으로 또 다른 묘미를 전한다. 

배우이자 작가, 감독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프랑스 국민 스타로 사랑받고 있는 알랭 샤바는 다소 무모하고 ‘눈치’ 없는 스테판을 유쾌하고 미워할 수 없는 매력으로 완성해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수를 연기한 배두나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미스터리한 매력부터 현실적인 모습까지 안정감 있는 연기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유창한 불어 실력도 눈길을 끈다. 다만 분량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러닝타임 97분, 오는 14일 개봉.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