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시장을 키운 가운데, 와인의 인기가 특히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한 편의점에 진열돼 있는 와인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시장을 키운 가운데, 와인의 인기가 특히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한 편의점에 진열돼 있는 와인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직장인 안모(32) 씨 낙(樂)은 퇴근 후 아내와 함께 마시는 와인 한 잔이다. 그는 “원래 맥주를 즐겨 마셨지만, 외식도 마음 놓고 못하는 시국에 와인 한 잔으로 집에서 고급스러운 술자리 분위기를 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안씨처럼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 증가한 가운데, 와인의 인기가 특히 높아지고 있다. 외식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에서나마 특별한 분위기를 내자’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 작년 와인 수입량 역대 최고… 맥주 제쳤다

8일 <시사위크>가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를 살펴본 결과, 지난 2020년 1~11월에 수입된 와인(2L이하 용기 기준) 물량은 총 3만8,969t으로, 전년(3만3,797t) 대비 1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2억3,927만 달러(약 2,604억원)였다.

이는 12월을 제외하고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19년 수입량(3만3,798t)과 수입액(2억386만 달러)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특히 2011년 와인 수입액(1억1,280만 달러/약 1,228억원)과 비교하면 10년 사이에 약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반면 수입맥주 소비는 줄어드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같은 기간 맥주 수입량은 25만6,362t으로 전년(32만8,656t) 대비 22% 감소했다. 수입액은 2억808만 달러(약 2,272억원)로, 와인보다 3,119만 달러 적다.

한일 무역갈등에서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최근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한 영향이 크다. 또 편의점 연중행사인 ‘수입맥주 4캔 1만원’ 마케팅이 오히려 타격을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부터 맥주와 탁주의 주세 체계가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국산 맥주들의 가격 경쟁력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뉴시스
한일 무역갈등에서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와 더불어 최근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한 영향에 수입맥주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뉴시스

◇ ‘홈술족’ 증가… 대중화된 중저가 와인 효과 ‘톡톡’

이 같은 와인의 인기에 대해 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홈술족’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9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9~59세 성인 남녀 300명 중 주류 음용 장소로 ‘집’을 선택한 비중은 코로나19 이전 46.4%에 불과했으나, 이후에는 87.3%로 늘어났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우리 국민의 주류 소비·섭취 실태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전후 술을 마시는 장소에 변화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6.2%로 나타났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로 주점·호프집(82.4%), 식당·카페(78.9%) 등 외부 영업시설에서 술을 마셨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음주장소가 자신의 집(92.9%), 지인의 집(62.9%), 식당·카페(35.8%) 등으로 옮겨졌다고 응답했다.

‘저가 와인’이 등장하면서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한몫 더했다.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에서 알뜰한 가격의 와인을 선보이며 와인 대중화를 선도했고,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와인도 그냥 술’이라는 인식이 더해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2018년부터 ‘국민와인’ 프로젝트 일환으로 3~4만원대 수준의 와인을 1만9,800원에 내놓았다. 이에 그해 매출이 전년 대비 16%나 증가한 바 있다. 이어 2019년에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프로젝트 일환으로 ‘도스코파스 레드블렌드’와 ‘도스코파스 까버네쇼비뇽’ 2종을 시세보다 60% 저렴한 4,900원에 선보이기도 했다.

◇ 유통업체 “홈술족 잡아라”… 마케팅 강화 ‘속도’

국내 와인 소비가 늘어나자 유통업체들은 마케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 CU는 이미 작년 6월부터 모바일 주류 예약 구매 서비스 ‘CU 와인샵’ 운영을 시작했으며 현재 120여종의 와인을 판매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5~10만대 중저가 와인부터 1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와인까지 다양한 상품을 들여놨다. 프리미엄 와인의 경우 프랑스 최고급 와인인 ‘5대 샤또 와인’이, 중저가 와인은 ‘1865 까베르네 소비뇽’, ‘몬테스 클래식세트’ 등 14종이 있다. ‘5대 샤또 와인’은 세븐일레븐 앱(APP)에서 스마트오더 결제를 통해 예약 주문도 가능하다.

이마트24는 ‘가까운 와인 구매처=이마트24’라는 공식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주류특화매장을 현재 전체 점포의 절반 수준인 2400여점까지 넓혔고, 모바일 와인 큐레이션 업체 와인포인트와 손잡고 O2O 서비스도 확대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와인포인트 앱에서 주문한 와인을 가까운 이마트24에서 결제 및 수령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온라인 업체는 배송이 불가한 주류, 그 중에서도 와인을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꼽고 있으며 편의점 업계에서 와인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와인전문편의점 입지를 공고히 할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