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데드라인에 맞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처리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모습이다. 여야 합의로 중대재해법이 제정된 데 대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는 있지만, 당내에서도 우려의 분위기가 나오면서 혼란스러운 모양새다.

국회는 8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법을 가결했다. 찬성 164표, 반대 44표, 기권 58표다.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50인 미만 사업장 3년 유예’ 등을 담은 법안은 전날(7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와 이날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를 무난히 넘기면서 처리가 예견됐다.

정치권 안팎에선 합의된 법안을 두고 비판이 계속됐다. 이날 법사위 회의장에는 단식농성을 이어온 정의당과 유가족들의 항의 방문도 이어졌다. 노동계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실효성이 없는 법안’이라며 맹비난을 했다.

민주당은 일단 ‘합의’를 이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려운 법안을 여야 합의로 마련했다는 데 일단 의미를 두고 싶다”며 “의견이 분분한 사안을 조정하고 합의하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의 힘이다. 그러나 그러다 보니 양쪽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의 한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불편한 기색이 드러났다. 박홍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고(故) 김용균씨와 어머니 김미숙님, 고(故) 이한빛 PD와 아버지 이용관님, 고(故) 김태규씨와 누나 김도현님, 고(故) 김동준씨와 어머니 강석경님 그리고 이 땅에서 일하다 일터에서 돌아가신 모든 산재 노동자 유가족께 사과드린다”며 “당신들의 채찍을 기꺼이 맞겠다”고 사과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는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주장을 계속해왔다”며 “애초에 이 문제를 주장했던 정의당과 또 김용균 어머님 이런 분들에게는 볼 낯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제외는 당내에서도 논란거리가 됐다. 박 최고위원은 “2019년 5인 미만 사업장 산재사망자는 494명으로, 산재사망자 4명 중 1명은 5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며 “법이 이대로 통과되면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이제 그 죽음마저 차별당하게 될 처지”라고 비판했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중대재해법 민주당 안(案)을 내놓았던 박주민 의원은 “업종‧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5인 미만 사업장을 모두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이같은 조항이 ‘사업장 쪼개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을 보완·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뉴시스

◇ 민주당 ‘후속 입법’으로 보완

민주당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영세·자영업계에서) 너무 강력하게 호소를 하셨다”며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우리까지 괴롭힐 거냐고 호소하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법안소위원장으로 소위를 이끌어온 백혜련 민주당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굉장히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해당사자 모두가 100% 만족하는 법을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후속 입법을 통해서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부족하지만 중대재해를 예방해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새로운 출발로 삼고 앞으로 보완·개선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시한을 정하고 법안 심사를 진행하다 보니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한 것이란 시선도 존재한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후속 법안을 통해 보완해야 했다면 이번 제정법을 통해 보완했어야 했다”며 “후속 법안으로 보완하겠다고 하는 건 자신들의 실수를 지금 당장 모면하려거나 뒤집기 위한 정치적 언사고, 책임없는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장 정의당은 법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후속 조치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장 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당에서는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대해서 어떤 내용으로 (조치를 할 것인지) 논의를 할 것”이라며 “불충분했던 점을 포함해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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