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우)과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좌)이 나란히 예능에 출연하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우)과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좌)이 나란히 예능에 출연하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7 재보궐 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예능에 출연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5일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해 다운증후군을 앓는 딸과의 일상을 공개했다. 박 장관은 오는 12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예고편을 누가 보내줬다. ‘아니 벌써 예고편이?’ 보면서 남편과 한참 웃었다”며 “평상시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시간, 그리고 평상시에는 쑥스러워 잘 못하는 남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라며 방송 출연 소감을 전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진솔하게 저와 제 가족이 사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했고 다행히 많은 시청자들께서 공감해주셨던 것 같다”며 “국민들과의 새로운 의미의 만남이자 대화였다”고 적었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에 따르면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방송 및 보도‧토론 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 출연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보궐선거 경우 선거일 60일 전부터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꾸려지기 때문에 2월부터는 후보들의 출연이 금지된다. 이에 두 주자의 방송 출연은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이며 이미지 정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 출연 기회를 갖지 못한 정당이나 후보군 사이에서도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화 세탁하는 예능 프로, 이상한 콘셉트의 예능, 예컨대 ‘아내의 맛’ 같은 데 나가는 정치인은 의심스럽다는 게 제 소신”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 중 한사람인 우상호 의원도 지난 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특정 서울시장 후보, 여야 후보들을 이렇게 초대해서 일종의 선거 홍보에 활용하는 것은 방송 공공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미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선거일까지 90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이라며 “법의 허점을 이용해 종편 예능 프로그램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사전 선거운동의 장으로 악용하고 있는 편법 방송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앞서 지난 6일 논평을 내고 “선거 시기를 코앞에 두고 정치인을 출연시켰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인물을 이용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된다”고 비판을 가했다.

한편 유력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은 방송 때마다 ‘이미지 정치’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 2012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SBS ‘힐링캠프’에 출연했고, 당시 무소속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같은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성남시장이던 지난 2017년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SBS ‘동상이몽’에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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