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 제외, 근로자 보호 한계
“외국인 노동자 많은 노동현실 반영 못해” 지적도

우리나라 노동 현실상 5인 이하 근무 사업장이 30%가 넘는데 이들은 중대재해법의 보호에서 제외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 뉴시스
우리나라 노동 현실상 5인 이하 근무 사업장이 30%가 넘는데 이들은 중대재해법의 보호에서 제외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 뉴시스

시사위크=최정호 기자  최근 국회 통과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현장을 근로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악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 현실상 5인 이하 근무 사업장이 30%가 넘는데, 이들 근로자들이 중대재해법의 보호에서 제외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법은 근로 현장에서 사망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시 기업과 경영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또 다수의 노동자들이 다치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경영책임자가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 법인이나 기관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해진다. 

그동안 건설 및 산업 현장에서 다수의 노동자들이 사망했지만, 경영책임자나 발주처(법인·기관)는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웠다.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건설 및 산업 현장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자 중대재해법이 도입됐다.

그러나 법 시행 유예기간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3년이 주어진 것과,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법안의 취지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많다. 

◇ “법, 한 번 통과되면 안바뀐다”... 중대재해법 “악법은 계속될 것”

노동계는 최근 성명을 통해 “산재사고 사망자 80%가 50인 미만 사업자 소속 노동자”라며 “작은 사업장의 현실을 무시하는 법 제정이며, 법망을 빠져나가고자 법인을 쪼갠 허위 사업장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은 대형 건설사에서도 나왔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건설산업기본법에 근거해 안전 관리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이 실행돼도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안전 관리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 사고에 노출됐다”며 “이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하는 게 현실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부 법조계 관계자는 “악법으로 보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 내에서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했는데 고치지 않고 통과시켜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문제점이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수정한 사례가 없었다”고 부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류하경 변호사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우리나라에 5인 이하 사업장이 30% 이상인데 이 근로자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3년 후에 법이 적용되는데 그 기간 안에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 건설 현장 ‘외국인 노동자’ 집약... “누가 보호해주나”

우리나라 건설 및 산업 노동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상당수다. 건설 현장에서 일거리를 도급해오는 목수 팀장도 외국인이 많은 상태며 이들의 현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인 경우가 지배적이다. 또 5인 인하 사업장의 경우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이며 안전 문제에 취약한 게 현실이다. 

류 변호사는 “외국인 노동자도 노동3법을 보장받을 수 있으나, 중대재해법은 생사(生死)와 신체 일부가 크게 손상되는 것에 대한 문제”라며 “노동3법 보장보다 우선시 돼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사안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관계자는 “소규모 작업장 상당수가 외국인 노동자며 이들은 안전에서 외면 당해왔다”면서 “소규모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사업주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이 이뤄지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노동자들의 안전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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