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은 일찌감치 콘덴싱 기술에 공을 들여왔으며, 최근 그 결실을 보고 있다/ 경동나비엔
경동나비엔은 일찌감치 콘덴싱 기술에 공을 들여왔으며, 최근 그 결실을 보고 있다/ 경동나비엔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인테리어나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추운 날씨에 집안 온기와 온수를 책임지는 보일러는 단연 생활필수품으로 꼽힌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기후변화에 민감했다. 농작을 위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일조량, 강수량, 기온 등에 맞춰 1년에 24절기를 적용한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처럼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못했던 시기부터 기후변화를 예측하며 생활했던 옛 조상의 지혜처럼 한겨울 방을 데우는 난방문화 또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 누운 불로 난방 효율을 높인 온돌문화의 시작

우리나라 난방문화는 온돌로부터 시작된다. 온돌은 방바닥의 돌을 달궈 방 안을 따뜻하게 하는 장치로,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따뜻한 기운이 방 밑을 지나 방바닥 전체의 온도를 높여주고 굴뚝으로 연기가 빠지게 한다. 

국제온돌학회 자료에 따르면 온돌은 실내에 연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세계 최초의 난방법으로, ‘누운 불’을 사용했다. 반면, 서양의 벽난로는 ‘선 불’을 활용했다. 불은 윗부분이 가장 뜨겁기 때문에, 선 불을 통해 윗부분의 열기를 굴뚝으로 내보내는 벽난로는 온돌 대비 비효율적인 난방문화로 분석되곤 한다. 

특히 온돌은 난방뿐만 아니라 아궁이로 취사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서 더욱 효율적이다. 우리나라 초기 온돌은 신석기 시대인 B.C 3000년경 두만강 하구 온돌 유적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처럼 우수한 온돌문화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땔감으로 장작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장작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산림 남벌 사례도 증가했고, 이는 필연적인 자연훼손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조선 후기 땔감의 소비량 증가와 함께 방 크기가 줄어들었으며, 구한말 사진을 보더라도 산에 나무가 없어 민둥산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연스레 우리나라는 나무 대신 연탄을 연료로 활용하는 난방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꺼지지 않고 일정한 열량을 유지할 수 있어 대표적인 서민 연료로 활용되던 연탄에도 단점은 있었다. 바로 연탄가스였다. 매해 겨울 연탄가스 중독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보다 안전한 보일러 시장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가옥 구조가 아파트로 변화하는 움직임과도 맞물렸다.

◇ 보일러, 이제는 친환경까지

1970년대 중반부터는 기름보일러가 난방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기름보일러는 배관이 자주 막혀 열효율이 저하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업그레이드된 가스보일러가 새로운 대체재로 떠올랐다. 

이 같은 변천사 속에 경동나비엔은 보일러의 대중화를 이끈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라는 메인 카피를 통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올린 데 이어, 각종 광고상을 수상하며 선하고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 특히 1988년에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보일러를 개발하면서 높은 열효율을 넘어 친환경 에너지 기기로 보일러 시장을 넓히기 시작했다.

콘덴싱은 배기가스에 포함된 수증기가 물로 응축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해 난방과 온수에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이처럼 버려지는 열을 다시 한 번 사용하는 덕분에 일반 보일러 대비 에너지 효율은 높고, 그만큼 친환경적인 것이 특징이다. 

콘덴싱보일러는 일반 보일러 대비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약 79% 낮추고,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연 576kg 줄이는 효과가 있다. 가스 사용량 또한 최대 28.4%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환경부에 따르면 연 13만원의 가스비 절감이 가능하다.

경동나비엔은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친환경 콘덴싱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일찍부터 하고 있었으나,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문제가 지금만큼 심각하지 않았던 시절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경동나비엔은 콘덴싱 기술력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오늘날에 이르러 손꼽히는 글로벌 보일러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동나비엔은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보일러와 가스온수기 전체 수출액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북미에서 콘덴싱 가스보일러 및 온수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혹한의 추위로 유명한 러시아에서도 벽걸이형 가스보일러 판매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최근엔 우리나라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기관리권역 내 친환경보일러가 의무화된 것이다. 난방 연료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고자 하는 국가 차원의 대책이다. 경동나비엔에 따르면 2019년 연간 가스보일러 전체 판매량 중 약 44%가 콘덴싱 제품이었던 것에 반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약 70%가 콘덴싱보일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난방 성수기인 4분기 수치까지 합칠 경우 콘덴싱보일러 판매 비중은 8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일러는 비단 겨울에만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다. 사계절 내내 우리집 온수를 책임지는 필수 가전이다. 과거 온돌부터 오늘날 콘덴싱보일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난방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선 K-보일러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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