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최근 불거진 당내 성비위 의혹 차단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여권 인사 성추문으로 발생한 4월 보궐선거 전 성비위 의혹이 거듭 제기되면서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국회 인턴비서 성폭행 의혹에 휘말려 탈당한 김병욱 의원에 이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한 정진경 변호사의 과거 성추행 전력이 드러나 홍역을 치렀다.

4·7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이었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궐위’로 마련됐다. 향후 선거 과정에서 거론될 수밖에 없는 성비위 문제에 야당도 같은 프레임으로 엮인다면 선거전략 수립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선거는 석달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힘은 의혹의 불길을 진화해 역풍을 최소화하고 본격적인 경선 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 김종인 “향후 성비위, 절대 용납 없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최근 성비위 의혹이 제기된 김병욱 무소속 의원(초선·경북 포항남울릉)과 정진경 변호사에 대해 거론하면서 “앞으로 성비위 관련 사건에 대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배준영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이 추천했지만 자진사퇴한 정진경 변호사는 교원 징계기록을 보지 못해 검증을 못한 과실이 있다”며 “김병욱 의원은 피해자의 미투 고발이나 경찰 신고가 없어 지켜볼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자들을 철저히 검증할 것을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정 변호사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정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선출 절차를 앞두고 자진사퇴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2012년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 3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계를 받고 불명예스럽게 학교를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9년 전 발생한 사건인 데다 징계 결과도 명확했던 만큼 국민의힘은 ‘검증 부실’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에서 추천했던 진실화해 위원에 문제가 생겨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김 의원은 그보다 앞선 7일 탈당했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는 지난 6일 김 의원이 2018년 국회 보좌진 시절 경북 모처의 한 호텔에서 타 의원실 인턴비서 A씨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의원은 즉각 “가세연이 다룬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력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며 반발했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가세연 관계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튿날(7일) 오후 긴급회의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김 의원이 당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탈당 카드를 꺼내면서 취소됐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앞서 가세연이 피해 여성으로 지목한 보좌진 A씨의 입장문을 공개하며 성비위 의혹 원천 차단에 나섰다.

3년 전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인턴비서였던 A씨는 21대 국회에서도 국민의힘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다. A씨는 이날 당 보좌진협의회를 통해 기자들에게 전달한 입장문에서 “해당 의원(김병욱)과는 일체의 불미스러운 일도 없었음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사자의 의사는 물론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제 입장을 생각해 달라"며 “더 이상의 억측은 자제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성폭행 피해자로 지목된 A씨가 정작 해당 의혹을 부정하고 나서면서 의혹을 최초 제기했던 가세연이 수세에 몰린 형국이 된 셈이다.

인턴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김병욱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가세연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인턴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김병욱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민주당, 국민의힘 성추문 공세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성비위 엄벌’ 언급과 김 의원 논란 당사자 입장문을 공개하면서까지 성비위 의혹 수습에 나선 데 대해 4월 보궐선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번 사태로 당 이미지에 상처가 난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지난 사건들은) 당 차원에서 해명했으니 세 번째 (성비위) 이슈가 터지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김 위원장도 ‘다음은 없다’고 말씀하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과 가세연이) 법정에서 다투게 된 상황에서 민감할 수 있는 (A씨) 입장문까지 당이 공개한 것을 보면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라며 “보궐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한 것 아닌가 싶다. 또 민주당이 계속 문제 삼을 것이 뻔히 보이는데 그대로 당하고 있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유감 표명에도 국민의힘 성비위 의혹을 놓고 대국민 사과 및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이 이제야 한마디 했지만 또 다시 무책임한 모습”이라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묻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최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성비위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지 않는다”며 “공당으로서 반성은커녕 2차 가해도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국민의힘 미래가 암담하다”고 주장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이어지는 성추문과 검증실패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대발방지 대책 마련이 공당 책무이자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임을 명심하라”고 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성폭행 의혹, 성희롱 가해,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민의힘은 무감각과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면피용 입장문이 아닌 진심을 담은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