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온택트 정책워크숍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온택트 정책워크숍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석달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안철수 경계령’이 연일 강화되는 모습이다.

당 대표격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시장 야권 유력주자로 떠오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언급조차 꺼리면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안 대표 측은 아직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거듭되는 견제가 내심 불편한 눈치다.

급기야 야권 후보 단일화 무산을 가정한 3자 대결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양당의 신경전이 국민 관심을 야기할 수도 있지만, 과열될 경우 자칫 단일화 논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안철수 언급’ 민감해진 국민의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안 대표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라며 “단일화를 하려면 솔직해져야 한다. ‘나로 단일화해 달라’는 요구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지난달 20일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 후보,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이같은 출마 선언 내용을 짚으며 “누가 자기를 단일후보로 만들어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가 단일 후보라고 얘기한 것”이라며 “정신적으로 자기가 유일한 야당 단일후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 상식으로 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별로 관심이 없고, 우리 당의 가장 적합한 후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내 책무”라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현재 김선동 전 사무총장, 이혜훈·이종구·오신환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정기 변호사 등 8명이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조건부 출마 입장을 밝혔고, 나경원 전 의원이 내일(13일) 출마 선언을 앞둔 것을 고려하면 후보군만 10명이다.

당내 ‘안철수 언급’은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민감해지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앞서 안 대표의 입당 및 합당 결단 여부에 맞춰 출마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오 전 시장에게 불쾌감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제1야당 국민의힘이 안 대표 한 사람에게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출마하면 하는 것이고 안 하면 안 하는 것이지 무슨 조건이 있느냐”고 했다. 또 “사전 조율 없이 왜 그런 얘기를 하느냐”며 “우리 당에서 후보를 내는 것에 집중해야지 왜 안 대표를 염두에 두느냐”며 강한 질책성 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안 대표를 겨냥해 “나는 안철수가 기호2번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200%라고 본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및 합당 제안을 회의적으로 관측했다. 

김 전 의원은 “가능하지 않은 것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달려들면 결과는 폭망”이라고도 했다. 이어 “안철수는 좋은 사람이지만 자신의 셈법만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그래서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안 대표 비판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공당 대표로서 적절하지 않은 태도”라며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에게 신년 인사차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에게 신년 인사차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 김종인, ‘3자 구도’도 승산 자신

국민의힘의 전반적인 ‘안철수 경계’는 여론조사 훈풍을 탄 안 대표의 지지율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출마 선언 이후 각종 서울시장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지지율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자세를 유지하며 3자 구도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안 대표의 기세를 눌러놓으면서 2월 중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될 자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입소스가 SBS 의뢰로 지난 해 12월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서울 거주 성인 8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안 대표가 24.1%의 지지를 받아 1위로 나타났다. 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5.3%를 차지했다.

야권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이 각각 9.5%·6.3%로 안 대표의 뒤를 이었다.(95% 신뢰수준·표본오차 ±3.5%p.)

국민의당 지지율도 치솟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4일에서 6일까지 전국 성인 1505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당은 전주 대비 1.2%p 오른 8.6%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지역 국민의당 지지율은 10.1%로 집계됐다. 전주(4.2%) 대비 5.9% 증가한 수치다. 국민의힘 서울 지지율은 30.3%였다. 12월 4주차 지지율이 34.1%였던 것을 고려하면 약간 하락한 셈이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2.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은 표면적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는 세부적으로 분석하면 의미가 없다”며 “안철수 지지도는 우리 당 지지자도 있고 민주당 지지자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자가 야권 주자 중 안 대표에게 투표했기 때문에 1위를 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만약 야권 단일화가 무산돼 선거가 3자 구도로 치러져도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도 지난 4·15 총선 때와 당이 달라졌다”며 “지금 우리가 가진 변화를 바탕으로 4월 7일까지 가면 이긴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안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에서 가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면담 직후 브리핑에서 “야권 지지자 분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으실까 걱정된다”며 “야권 지지자들이 정말 간절히 원하는 건 야권 단일후보가 돼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지지율 비판 발언에 대해 안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자, 국민의당 지지자, 중도·합리적 진보세력 마음을 전부 모아 단일 후보를 지지하게 해야 다음 대선에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에둘러 답했다.

3자 대결까지 거론되는 등 범야권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향후 단일화 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단일화 없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은 김 위원장도 알 텐데, (3자 대결을 말한 것은) 안 대표의 속내가 보이니 가만히 있기 어려웠던 것”이라며 “결국 어느 쪽은 양보해야 하는데, 부딪치기만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대립구도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정도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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