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가습기 살균제 사태 관련 업체 대표들에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태 관련 업체 대표들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지난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살균제 사용 성분과 폐 질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다.

지난 2016년 공소시효 만료로 종료된 사건은 여론과 정치권 압박으로 지난 2018년 재조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지난달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각각 금고 5년을, 나머지 직원들에 대해선 3~5년을 구형했다. 홍 전 대표는 SK케미칼이 애경산업과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무죄 판결이 나오자 정치권에서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명백함에도 경영책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정 수석대변인은 “최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발생시킨 ‘옥시싹싹 가습당번’ 제품의 제조‧판매사 대표이사는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그런데 두 번째로 피해자가 발생한 ‘가습기 메이트’는 경영책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선뜻 이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죄 판단의 근거는 가습기 메이트 제조에 사용한 성분 살균제가 폐 질환, 천식 발생 등 인과관계로 볼 증거가 없다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증거다. 이렇게 분명한 증거가 또 어디 있나”라고 비판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제 피해사례가 많이 있음에도 이같은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선고 후 피해자분께서 ‘억장이 무너진다는 표현밖에 안 나온다’라고 울분을 터뜨리셨다. 저도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법은 공정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발생했다면 가해자에게 피해에 상응하는 책임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상응하는 기업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최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법이 개정되면서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 활동이 종료됐는데 이를 재개정해서라도 진상규명을 다시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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