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11일 세계 IT·가전전시회 CES 2021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롤러블폰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에 업계와 소비자들은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LG전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LG전자의 롤러블폰 실물 모습이 공개되면서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스마트폰 업계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화웨이 등 국내외 경쟁사들에게 한 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LG전자가 자사의 스마트폰 역사에 새로운 출발을 알릴 수 있을지 업계와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LG, CES서 ‘롤러블폰’ 공개… 업계·소비자 극찬 

LG전자의 롤러블폰이 세계 최초로 공개된 것은 1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세계 IT·가전전시회 CES 2021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다. 이날 영상에 등장한 LG 김진홍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은 롤러블폰을 총 두차례 돌돌 말린 화면을 폈다가 다시 마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스마트폰 화면에 ‘More to Explore LG롤러블’이라는 문구도 담겨 제품명이 ‘LG롤러블폰’임을 공식화했다. 다만 세부 스펙이나 전체적인 디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롤러블폰이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헬지폰’이라고 놀림 받아온 LG전자 스마트폰의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헬지폰이란 지옥을 뜻하는 영어단어 ‘헬(Hell)’과 LG전자의 ‘지(G)’, 전화의 영어단어 ‘폰(Phone)’을 합친 단어로, 항상 품질이 어딘가 모자란 듯 했던 LG전자의 스마트폰을 소비자들이 조롱하는 말이었다.

LG전자는 대형 TV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자랑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있어서는 유난히 부진한 성적을 보여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LG전자의 롤러블폰 공개로 LG전자가 스마트폰에서도 '디스플레이 명가'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LG전자

실제로 LG전자는 대형 TV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자랑하지만,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형 디스플레이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에 크게 못미친다고 평가 받아왔다. 특히 LG전자에게 있어 영원한 라이벌인 삼성전자가 지난 2018년 플렉서블 OLED 기반의 ‘폴더블폰’을 공개하면서 LG전자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에 대항하기 위해 LG전자는 디스플레이 2개를 합친 ‘V50’과 화면을 돌릴 수 있는 ‘LG윙’ 등의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했지만, 모두 소비자들에게 ‘병풍폰’ ‘십자가폰’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CES 2021에서 LG전자가 롤러블폰을 공개되자 CES를 참관했던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유명 IT매체 씨넷은 “CES 2021에서 공개된 LG롤러블폰은 단순한 콘셉트가 아니며 올해 우리는 실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폴더블폰 다음의 새로운 스마트폰 디자인 진화에 새로운 발자취가 될 제품”이라고 극찬했다. 

소비자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이다. IT기기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그동안 LG전자의 폰은 모두 별로라고 생각해 구매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롤러블폰은 구매욕이 샘솟는다”고 평가했다.

IT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LG전자의 롤러블폰 디자인이 폴더블폰과 함께 스마트폰 디자인의 새로운 혁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LG디스플레이에서 개발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모습./ LG디스플레이

◇ 롤러블, 폴더블과 함께 ‘차세대 스마트폰 디자인’ 이끈다

IT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LG전자의 롤러블폰 디자인이 폴더블폰과 함께 스마트폰 디자인계의 ‘뉴노멀’(New normal)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접는 구조의 폴더블폰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롤러블폰이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반의 폴더블폰에서 고질적으로 지적받는 문제점은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부분에 발생하는, 이른바 ‘우는’ 현상이다. 기존 디스플레이와 달리 유리가 아닌 유동성이 있는 투명 폴리이미드(PI)필름으로 겉부분을 마감해야 하는 폴더블폰의 경우 접히는 부분에 주름이 잡히거나 내구성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1월 중국의 스타트업 로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시파이’는  폈을 때 접히는 부분이 부풀어 오르며 울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해 ‘전시용’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폴드 역시 심하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 사용하면 주름이 잡힌다는 지적을 받는다.

폴더블폰의 경우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부분에 발생하는 주름자국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롤러블폰의 경우 접는 것이 아닌 돌돌 마는 형식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름자국이 적다./ 뉴시스

반면 롤러블폰의 경우, 접는 것이 아닌 돌돌 마는 형식이다. 때문에 디스플레이에서 접히는 부분이 없어 우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기존 폴더블 폰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종이를 둘둘 말았다 펴면 자국이 남지는 않으나, 접었다 펴면 자국이 남는 것과 비슷하다 볼 수 있다.

미국 IT전문매체 폰아레나는 “LG롤러블폰은 폴더블폰에서 나타날 수 있는 어색한 디스플레이의 주름 현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향후 롤러블폰 기술의 완전한 상용화에는 내구성, 설계의 어려움, 가성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경우 접히는 부분 ‘한 곳’만 휘면 되지만, 롤러블은 전체 디스플레이가 조금씩 휘어야 한다. 때문에 폴더블폰보다도 내구성면에서 약할 수 있다. 또한 플렉서블 OLED가 적용되는 부분이 많은 만큼 가성비 면에서도 폴더블폰에 비해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실제로 미국 IT매체인 더 버지에 따르면 TCL, 오포 등 다른 경쟁사들도 롤러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이나 모두 실험단계에 그친 상황이다. 다만 더 버지는 “LG전자가 이번에 공개한 롤러블폰은 언제 출시될지 확실하진 않으나 이를 브랜드할 가능성이 매우 커보인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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