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범여권 단일화′가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정의당도 함께 동참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범여권 내에서 단일화 논의가 불이 붙은 가운데, 정의당도 함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정의당은 줄곧 선거 연대는 없다며 완강한 모습이지만, 야권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의당이 필요하다는 인식인 만큼 ‘정의당 흔들기’가 계속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대표는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야권 지지도가 상당히 올라가고 있고 코로나19, 부동산 문제에 신뢰가 깨지는 부분들이 있어서 최근 여권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며 “범민주 진보진영이 분명하게 의지‧패기‧기개를 보여줘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 의원은 전날(12일) 각 당에서 최종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될 경우 단일화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여권 내 첫 단일화 논의다. 물론 ‘조건부 합의’로서 완전한 단일화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여권 내에서 ‘위기감’이 드러난 만큼 논의가 확산될 가능성이 큰 분위기다.

그러나 이들은 양당 간의 단일화만으로는 어렵다는 눈치다. 이에 정의당을 향한 러브콜도 이어졌다. 우 의원은 지난 8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그때 가서 의논을 한번 해볼 필요는 있겠지만, 결국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대화가 시도될 필요는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12일) 부동산 공약 발표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정의당까지 포함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범여권 단일화′에 거론되는 것 자체에 대해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뉴시스

◇ 정의당에 ‘구애’ 펼치는 이유?

이들이 정의당을 향한 구애에 나서는 배경에는 지난 2010년 제5회 동시지방선거 국면이 자리잡고 있다. 당시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항하기 위해 야권에서는 단일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한명숙 전 총리와 진보신당 후보였던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결국 논의는 흐지부지됐고 한 전 총리는 0.6%p라는 근소한 차이로 오 전 시장에게 패배했다. 당시 고(故) 노 전 의원이 얻은 득표율은 3.26%로 두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됐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던 셈이다.

선거를 앞두고 범여권의 시선이 정의당을 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과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소수의 지지율이 아쉬운 상황이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정의당은 당연히 같이했으면 좋겠다”며 “특히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시절 노회찬 후보와 단일화가 안 돼서 생겼던 아픔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뜻을 크게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의당은 완강한 입장이다. 이번 보궐선거를 ‘민주당 심판’으로 규정하고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데다가 그간 민주당과 거리를 벌려 온 상황에서 ‘범여권’으로 재차 묶이는 것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장 정의당은 이들의 단일화 언급에 “상식도 없고 무례하다”며 맹비난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단일화 군불’이 사실상 정치적 행위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단일화는 승패와 직결돼 있을 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자신감이 있다는 정치적인 수사일 뿐이지 실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 역시 이날 통화에서 “상상력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 따로 해줄 말이 없다”며 “상대가 이미 그런 일 없다고 의사를 밝혔는데도 자신의 상상을 유권자를 향해 뱉는 것은 상대에 대한 도의가 아닐뿐더러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계산기를 두드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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