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모델 장점은 존재… 단, 한국 자동차 시장 최상위권은 여전히 세단
링컨, 세단모델 완전 단종… 한국서 비중 30% 이상 차지하던 세단 증발
포드도 본토서 세단모델 ‘퓨전’만 남겨… 들여올 세단 자체 없어

/ 포드코리아
링컨 풀사이즈 SUV 내비게이터. / 포드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이하 포드코리아)가 올해부터 한국시장에 판매하는 포드·링컨 자동차 모델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픽업트럭으로 한정했다. 링컨은 올해부터 세단 모델을 완전히 단종하고 SUV 전문 브랜드로 탈바꿈할 심산으로 보인다. 포드도 본토에서부터 판매가 저조한 세단 모델들의 생산을 하나둘씩 중단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경영전략은 글로벌 트렌드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어 우려스러운 시각도 존재한다.

포드코리아는 올해 국내에 포드와 링컨 브랜드 신차를 총 6종을 새롭게 들여온다. 신 모델 대부분은 SUV 모델이며, 포드 픽업트럭 레인저도 2개 트림(와일드트랙·랩터)을 들여올 계획이다. 포드 익스플로러 플래티넘은 이미 지난 6일 출시돼 시판에 들어갔다.

/ 포드코리아
포드 익스플로러 최상위 트림 플래티넘. / 포드코리아

사실상 따지고 보면 포드 익스플로러 플래티넘을 신차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익스플로러 모델의 최상위 트림을 추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국내에서 판매하던 포드 익스플로러는 리미티드 트림으로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트림 중 중간 모델이다.

두 트림 간 차이점으로는 외관에서 라디에이터그릴과 타이어휠, 머플러팁(배기구) 등의 디자인이 다르며, 실내에서는 디지털계기판과 B&O 사운드시스템, 파노라마 선루프(트윈패널 문루프) 기본 적용 유무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픽업트럭 뉴 포드 레인저도 와일드트랙과 랩터 2개 트림을 들여오는 것을 1개 차종으로 본다면 사실상 포드코리아가 올해 한국시장에 새롭게 출시하는 차량은 4종이다.

포드코리아는 올해 포드 브랜드에서 △픽업트럭 뉴 포드 레인저 △풀사이즈 SUV 뉴 포드 익스페디션 △정통 오프로더 브롱코 등 3종, 링컨 브랜드의 △풀사이즈 SUV 내비게이터를 들여온다.

레인저는 한국 시장에서 선택 폭이 제한적인 픽업트럭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모델로,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차량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 시장에서는 △쉐보레 콜로라도 △지프 글래디에이터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 칸 등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 포드코리아
포드 풀사이즈 SUV 익스페디션. / 포드코리아

뉴 포드 익스페디션은 풀사이즈 SUV로, 이 역시 한국 시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던 세그먼트로 꼽혔다. 그간 풀사이즈 SUV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그러나 올해 뉴 포드 익스페디션이 출시된다면 풀사이즈 SUV 시장이 양분될 것으로 전망된다. 값도 중간 트림인 리미티드나 리미티드 맥스의 경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대비 스타팅 가격이 약 1만 달러(1,100만원) 이상 저렴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24년만에 부활하는 브롱코는 1세대 브롱코의 디자인을 새롭게 해석한 뉴트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굳이 한국 시장에서 경쟁모델을 꼽으면 랜드로버 디펜더와 지프 랭글러 정도가 있다. 외관 크기는 국산 중형 SUV와 비슷하거나 조금 큰 편으로, 출시가격이 합리적이라면 많은 판매량을 기대할 수 있는 모델로 꼽힌다.

여기에 포드의 럭셔리 브랜드인 링컨이 올해 풀사이즈 SUV 내비게이터를 한국에 들여온다. 링컨은 내비게이터를 한국에 출시함으로써, 콤팩트SUV인 코세어부터 중형SUV 노틸러스, 대형SUV 에비에이터, 풀사이즈 SUV 내비게이터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을 완성하게 된다.

신 모델을 들여오기에 앞서 포드코리아는 포드와 링컨의 세단 모델을 모두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미국 본토의 포드·링컨에서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저조한 세단 모델을 단종하고 소비가 늘어난 SUV 모델 중심의 라인업 재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링컨은 지난 2016년, 단종 14년 만에 부활시킨 플래그십 세단 ‘링컨 컨티넨탈’을 단 5년 만에 다시 단종 선언을 했다.

/ 포드코리아
링컨이 지난 2016년 부활시킨 컨티넨탈이 다시 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포드코리아

링컨 컨티넨탈은 포드 브랜드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모델로 꼽힌다. 오랜 시간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의전 차로 사용됐고, 다양한 영화에도 당대를 대표하는 문화의 아이콘으로 사랑받아 온 차량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신군부 정권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링컨 컨티넨탈 리무진을 의전차량으로 타고 다녔으며, IMF 외환위기로 불황을 겪었던 지난 1998년, 수입차 판매 1위를 할 정도로 인기를 끈 바 있다.

2016년 부활한 10세대 링컨 컨티넨탈은 같은 해 말 한국시장에 상륙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10세대 링컨 컨티넨탈은 한국 시장에서 △2017년 716대 △2018년 855대 △2019년 612대 등의 판매고를 올렸다. 8,000만원 이상의 몸값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링컨 준대형 세단 MKZ도 5,000만원대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몸값으로 △2018년 986대 △2019년 931대 등 1,000여대에 가까운 실적으로 링컨의 판매량을 견인했다. 링컨의 세단 2종 모델은 연간 판매비중이 생각 이상으로 높았다. 링컨의 한국시장 실적 중 세단 비중은 △2017년 64.32% △2018년 61.86% △2019년 53.95% △2020년 29.48% 등을 기록했다.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던 세단 2종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몸값이 더 비싼 대형 및 풀사이즈 SUV 에비에이터와 내비게이터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셈이 됐다.

SUV가 전 세계에서 강세를 보이고 한국 시장에서도 매년 판매량이 상승하는 모습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긴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의 판매량 최상위권은 여전히 세단이 장악하고 있다. 국산 브랜드 현대자동차 그랜저·아반떼·쏘나타나 기아자동차 K5 등의 판매량은 압도적이다. SUV 모델인 싼타페, 쏘렌토나 RV 카니발 등의 판매량이 높다고는 하지만 그랜저의 판매량을 꺾지는 못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 동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정상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그 뒤를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이 추격하고 있으며, 중형 세단 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도 꾸준히 많이 판매되는 모델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벤츠 S클래스도 최근 3년간 6,000대 밑으로 판매량이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포드·링컨은 세단을 단종하고 SUV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포드 역시 몬데오나 토러스 등을 단종하고 현재 미국 본토에서도 세단 모델은 퓨전 단 1종만 남겨둔 상태다. 이마저도 단종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수입차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결국 포드와 링컨은 세단을 한국시장에 들여오고 싶어도 들여올 차량이 없는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SUV 중심의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 셈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