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야권 빅3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 나경원 전의원(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야권 빅3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우).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최종 결정하면서 범야권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과 빅3 구도를 형성했다.

3명의 후보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부정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중도 사퇴했고, 당시 한나라당(옛 국민의힘) 후보였던 나 전 의원은 낙선했다. 안 대표는 여당에 단일후보를 넘기며 중도포기했다.

2022 대선을 노리던 오 전 시장과 안 대표는 체급을 낮춰 서울시장에 재도전했고, 나 전 의원 역시 재수에 나서며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야권 단일후보 자리마저 놓칠 경우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단 양당 단일화 논의는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불발로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보궐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이 3월 19일인 만큼, 야권 단일화 협상 테이블은 3월께 다시 차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이 18일 보궐선거 후보 접수를 시작으로 자체 경선 일정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각 후보들은 외부 행보에 박차를 가하며 개별 경쟁력 강화에 나선 모습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8일 오후 서울 사직동 주택가에서 여성 1인 가구로 사는 주민의 고충을 듣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8일 오후 서울 사직동 주택가에서 여성 1인 가구로 사는 주민의 고충을 듣고 있다. /뉴시스

◇ 오세훈의 첫 공약 ‘1인 가구’

오 전 시장은 전날(17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앞서 오 전 시장은 지난 7일 안 대표의 입당 여부에 맞춰 출마를 결정하겠다는 조건을 붙였지만, 입당 논의 자체가 무산되면서 출마를 확정했다.

오 전 시장의 최대 강점은 재선(민선 4·5기) 서울시장 출신으로 시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나 전 의원과 안 대표는 물론 모든 여야 후보 중 서울시장 경력을 가진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오 전 시장은 이같은 강점을 최대한 홍보하고 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이번 선거는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인수위도 없이 당선된 바로 다음 날부터 일에 착수하는 데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는다”며 “시장직을 수행해본 경험을 돌이켜 보면 업무를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데 적어도 1년 정도가 걸렸다”고 했다.

이어 “어제 (타 주자들에게) 인턴시장, 초보시장 이런 표현을 썼는데, 자극적인 표현이지만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다”고 했다.

첫 외부 행보는 ‘1인 가구’ 민심 훑기였다. 서울시민 1인가구 비중이 30%를 넘어선 데다 행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이유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첫 외부 일정으로 서울 종로구 사직동을 찾아 ‘1인 가구 맞춤형 안심정책’을 첫 번째 공약으로 제시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20~40대 1인가구 여성을 대상으로 각 구역별 경비원 지원·CCTV 설치·전담경찰제 도입을 약속했다. 60대 이상 노년층에 대해서는 손목시계형 스마트 건강지킴이(만성질환 상시 모니터링 기구) 보급을 공약했다. 20~30대 청년에게는 대학 근처 쉐어하우스·역세권 청년주택 입주대상자 확대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후보 등록을 마친 나경원(앞줄 가운데)줄 전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계동 도시재생사업 현장을 둘러보며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후보 등록을 마친 나경원(앞줄 가운데)줄 전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계동 도시재생사업 현장을 둘러보며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나경원, 부동산 집중… ‘여성’도 강점

나 전 의원은 지난 13일 출마 선언 뒤 외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초반 주력 키워드는 민생·부동산이다. 나 전 의원이 출마 기자회견 장소로 선택한 이태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으로 경기 침체에 허덕이는 서울의 대표 지역으로 거론된다.

나 전 의원은 출마 이튿날인 지난 14일 서울 금천구 남서울럭키아파트를 찾았다. 1982년 준공된 럭키아파트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앞둔 낙후 아파트단지다.

단지를 돌아본 나 전 의원은 주민들에게 “서울시장이 되면 각종 심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해 신속한 재건축이 가능하게 하겠다”며 “공시가격을 제멋대로 올리지 못하게 하고, 세 부담을 경감시켜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도 서울 용산구 서계동 도시재생사업 현장을 찾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및 규제 완화를 거듭 강조했다.

부동산은 나 의원 외에도 많은 야권 후보들이 관련 발언·공약에 주력하고 있다. 아파트값 폭등·전세 대란 등 부동산 이슈가 문재인 정부 최대 실정으로 부각된 만큼 반(反)정부 여론 결집에 효과가 확실하다는 판단이다.

나 전 의원은 ‘빅3’ 중 유일한 여성이라는 강점도 있다. 이번 보궐선거가 전임 남성 시장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발생한 만큼, 성 이슈에서 여성 후보가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시각에 기인한다.

특히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예비경선·본경선에 진출할 경우 각각 여성가산점 20%·10%를 부여받게 된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을 법원이 인정한 데 대해 “나경원이 이끄는 서울시청에서 이런 끔찍한 성범죄는 절대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대대적인 감사와 진실 규명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대표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및 백신 접종 계획 관련 국민의당-대한의사협회 간담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대표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및 백신 접종 계획 관련 국민의당-대한의사협회 간담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안철수, 의사 이미지 부각… 지지율 유지도 관건

안 대표는 지난 해 12월 20일 출마선언을 했다. 오 전 시장·나 전 의원에 비해 출마 시점이 한달 가까이 앞선 데다 당 대표이자 서울시장 단일후보로서 선거에 당력을 최대한 집중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기업가·대선 출마 등으로 쌓여진 전국구 인지도와 중도 확장력은 정통 보수정당의 두 후보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차기 서울시장 선호도 여론조사도 안 대표가 이제까지 압도적 선두를 점해왔다. 3석 국민의당이 103석 국민의힘을 상대로 야권 단일화를 거론하며 큰 소리를 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지난 여론조사는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기 전, 하마평에 오를 당시 진행된 것이다. ‘빅3’이 공식 행보에 나선 이후 발표되는 지지율이 안 대표의 실제 위치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현 지지율을 유지하거나 경쟁주자와 격차를 더욱 벌릴 경우 몸값은 더욱 오를 전망이다.

안 대표의 최근 행보는 의사 이미지 부각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서울시청 앞 선별진료소를 찾아 의료봉사에 나선 데 이어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안 대표는 지난해 3월 대구 동산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중 땀에 흠뻑 젖은 옷을 입은 사진이 공개돼 여론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정부의 백신 수급 지연·방역시스템 등 국민적 우려를 덜어주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안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서울시장 출마 배경에 대해 “정부의 코로나 백신 거짓말에 대한 분노”를 언급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이날 의협 간담회에서 “작년 7월 말 대통령이 직접 코로나 종식을 이야기하고 그나마 확보했던 병상을 축소하기 시작했다”며 “8월 중순 다시 뒤집긴 했지만 ‘연말 대규모 확산’을 모든 전문가들이 말하는 와중에 병상 축소를 시도한 것은 정부가 얼마나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무능력한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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