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들은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하단 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하단 오른쪽) 역시 대통령 입장에 호응했다. /청와대,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들은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 가지 일치하는 점이 있다면 이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호응한다는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이 사면론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존중한다’고 했으며, 자신이 제기한 ‘이익공유제’를 돋보이고자 고심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이익공유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경기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당과 갈등을 빚었지만, 당의 뜻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방역에 집중한 후 경기진작이 필요할 경우에 재난지원금의 보편지급과 지역별 지급을 논의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두 차기 대권주자 모두 통상 임기말의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역대 대권주자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문 대통령이 올해로 임기 5년차를 맞았음에도, 당내 대권주자들이 대통령의 발언을 본인의 정치구상에 맞춰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여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문 대통령이 ‘선도국가’, ‘방역’ 등의 미래 가치를 선점했기 때문으로도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 점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가 제기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보수와 진보 모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 점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 ‘사면론’은 부정했지만, ‘이익공유제’는 강조

“사면의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돈을 버는 기업들이 기금을 만들어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다면 대단히 좋은 일입니다”

위의 두 가지 발언은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과 이익공유제에 대해 밝힌 입장이다. 두 사안 모두 이낙연 대표가 제시한 것이다. 유력 차기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 대표가 제시한 사면론과 이익공유제 이슈는 정치권을 격론의 장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사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특히 이 대표가 제기한 ‘국민 통합’을 위한 조치에 대해서도 “경청할 가치는 있지만 국민 공감이 없는 상황에서는 국민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사면론’이 청와대와의 교감을 통해 나왔을 것이라는 추측도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으로 부인된 셈이다.

이 대표는 사면론을 제시하면서 지지층 반발로 이미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는 날 이 대표가 서둘러 광주 방문 일정을 잡은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지역기반으로 여겨지는 호남에서도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 대표는 이익공유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언급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8일 이 대표는 “대통령은 저의 제안으로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익공유제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강제가 아닌 자발적 참여로 시행하기를 주문했다”며 “저희 생각과 같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매력적 인센티브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강조는 연이어 이어졌다. 이 대표는 19일 당 4·7 재보선 공관위 1차회의에 참석했을 때도 “코로나 국면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시해야 될 것은 코로나 불평등을 어떻게 완화하고 극복할 것이냐 하는 문제”라며 “(이익공유제에 대해) 대통령께서도 좋은 평가를 해줬고, 당에서도 그것을 추진하는 데 더욱 힘을 얻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같은 행보는 대통령으로부터 부정평가를 받은 사면론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이익공유제’를 ‘이낙연 브랜드’로 삼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재보선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까지 대통령과 이익공유제를 언급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4차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과 경기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당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 /뉴시스

◇ 이재명, 당심(黨心) 위해 대통령 입장 반영

그렇다면 또 다른 여권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반응은 어떨까. 문 대통령은 이 지사를 중심으로 제기된 전국민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논의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이 지사는 독자적으로 설 명절 전에 경기도 차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했고, 이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과 지역별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이 거의 진정이 돼서 이제는 본격적인 소비진작이나 사기진작의 차원에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는 보편지원금도 생각할 수 있다”면서 “정부 재난지원으로 충분하지 않는 경우 지역차원에서 보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 지사는 문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SNS에 “문 대통령께서 계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했다”며 “중앙,지방정부의 쌍끌이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 지역경제를 선순환 시키고, 나라경제를 지켜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기도 차원의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당과 갈등을 벌여온 사안에 대해 한 발 물러난 셈이다. 이 지사는 당초 지난 18일 모든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예정했지만,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고려해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민주당도 당장은 방역에 집중하고, 경기 진작 등을 위해 4차 재난지원금을 보편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예정이다. 이 역시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밤 이 지사와 전화 통화를 통해 당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홍 정책위의장은 “방역 상황 추이에 따라서 4차 재난금의 방식과 시기는 논의할 수 있다. 방식이라는 게 전국민 지급이 될지 어떻게 될지는 다 열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에 대해 “당의 의견을 존중하며, 방역상황을 충분히 감안하여 경기도 2차 재난기본소득의 집행 시기와 지급 대상, 지급 수단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지사는 현재 이낙연 대표를 제치고 여권 내 차기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제기하면서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이 지사는 지지율이 상승하며 이 대표를 앞지른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보다는 대통령의 뜻에 반하지 않는 행보를 통해 당내 민심을 잡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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