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좌)이 20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은 ‘박영선 vs 우상호’ 양자 대결로 치러질 전망이다./뉴시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좌)이 20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은 ‘박영선 vs 우상호’ 양자 대결로 치러질 전망이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이 사실상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 간의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하던 민주당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게 됐지만 벌써부터 경선 흥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상호 의원이 지난달 13일 일찌감치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박 장관은 20일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박 장관은 전날 ‘SBS 8 뉴스’에 출연해 “원래는 중소벤처기업부 현안이 너무 많아 여러 가지로 생각을 많이 했었다”며 “지금은 상황이 상당히 무거워졌기 때문에 다른 선택할 여지가 당을 위해서는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박 장관은 내주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본격적으로 경선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출마 문제를 놓고 장고를 거듭해오던 박주민 의원은 공식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이웃의 삶을 지금보다 나아지게 하는 길에 우리 당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 길고 담대하게 바라보면서 나아가고자 한다”며 “그래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출마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지난 18일 "언론에 보도되기 훨씬 전 이미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전했다“라고 불출마 입장을 밝히면서 제3후보 카드도 불발됐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우상호 의원 지지를 선언했고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후 서울시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던 추미애 장관은 아직까지 출마 움직임은 없다.

민주당은 오는 27~29일 4·7 재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받을 예정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은 ‘박영선-우상호’ 양자 대결로 치러질 전망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민주당 후보로 박영선 장관이 선출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 장관과 우 의원의 지지율 차이가 2배 이상 나기 때문이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2~3일 실시한 범여권 후보 적합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박 장관은 18.5%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우상호 의원은 8.5%로 박주민 의원(9.6%)에도 뒤진 3위에 그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야권은 서울시장 후보군이 난립하면서 열띤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후보단일화 문제로 이슈를 장악하고 있다.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문제와 문재인 정부의 실책 등을 부각시켜 대대적으로 정권심판론을 제기할 태세다. 서울 지역 민심도 좋지 않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10%포인트 이상 뒤지기도 했다.

‘박영선 vs 우상호’ 양자 대결이 확정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경선 흥행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뉴시스
‘박영선 vs 우상호’ 양자 대결이 확정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경선 흥행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뉴시스

◇ 민주당, '수준 높은 경선' 자신

이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서는 2명의 후보군으로 정권심판론과 야권 후보단일화의 파고를 넘을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과가 ‘뻔한 경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경선 흥행에 실패할 경우 본선에서도 민주당 후보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박 장관과 우 의원은 지난 2018년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했던 인물들이다. 정치적 중량감은 있지만 동시에 참신성은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제3후보 카드를 성사시키지 못했다면 최소한 박주민 의원이 참여한 3파전으로 경선을 치렀어야 그나마 흥행을 기대해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의 서울시장 후보군 확장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낙연 대표가 후보군의 출마를 위해 뒤에서 크게 진두지휘하거나 관여하거나 청사진을 그린 것 같지는 않다”며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박주민 의원을 포함해서 3파전 이상은 기대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집권 후반기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되면서 경선 흥행을 위한 과정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당 대표의 리더십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비대면 국민면접’으로 경선 흥행을 이끌 생각이다. 서울·부산시장 예비후보 면접은 기존의 심사위원 대면 대신 ‘비대면 국민면접’ 방식으로 진행된다. 내달 2일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면접 과정을 생중계하고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또 박영선 장관과 우상호 의원이 출중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책 비전을 제대로 제시해 경쟁을 벌이게 되면 충분히 경선 흥행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공천관리위원장인 김진표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영선, 우상호 두 후보가 우리 당으로서는 아주 대표적인 스타 정치인이다. 뛰어난 정치력을 보여줬다”며 “이 두 사람의 경선이 아주 재미있고 수준 높은 경선이 될 거다. 축구로 치면 메시 대 호날두 격돌이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선거기획단에서 조직총괄분과장을 맡고 있는 안규백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주자들과 함께 (민주당이)새로운 마케팅을 해야 한다”며 “부동산 문제를 잡을 방법 등 서울에 대한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경선에서 흥행을 거두지는 못하더라도 본선 막이 본격적으로 오르게 되면 민주당에게 불리하게만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 민주당은 서울에서 정당 지지도가 국민의힘에 열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선거 시점과 맞물려 ‘전 국민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실시될 경우 민심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

또 선거가 임박할수록 지지층이 결집하고 민주당의 조직력이 발휘될 경우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은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21대 총선을 거치면서 민주당이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은 국회의원 선거구 49곳 중 41곳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고, 구청장 역시 25곳 중 24곳이 민주당 소속이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정권심판론이 드라이브 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야당이 유리하고 민주당이 불리한 것은 맞지만 변수는 얼마든지 있다”며 “서울은 야당이 낙승을 기대하며 안도할 수 없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은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우세를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며 “경선이 끝나고 본선에 들어가면 지지층이 결집하기 때문에 선거 판세가 팽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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