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가 2,500억원 이상 제시… 금호리조트 가치 6,000억원 이상 평가
가치 높인 부분은 아시아나CC, 코로나19 특수에 가치 폭등
아시아나항공·채권단, 2월초 주식매매계약 체결 목표 매각추진

금호석유화학이 한국산 합성고무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가 부당하다며 미국 국제무역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중구 수표동에 위치한 금호석유화학 시그니쳐타워.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이 금호리조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서울 중구 수표동에 위치한 금호석유화학 시그니쳐타워. / 금호석유화학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금호석유화학이 금호리조트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19일, 금호리조트 매각 본입찰에서 경쟁사들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지난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호리조트 매각 주간사인 NH투자증권과 안진회계법인은 전날 본입찰에서 3,000억원에 가까운 2,000억원 중후반 금액을 써낸 금호석유화학을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인수 지분으로는 금호리조트 지분 100%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홀딩스 지분 39.3%다.

금호리조트 본입찰에는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예비입찰에서부터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된 △동양건설산업-크레디언파트너스(라인건설) △칸서스자산운용 △화인자산운용 △VI금융투자 등 총 5곳이 모두 참여했다.

다수의 본입찰 참여 기업은 금호리조트의 부채를 제외한 지분 인수 대가로 2,000억원 초중반대의 값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금호석유화학은 이보다 약 500억원 정도를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CC와 콘도미니엄 등의 입회보증금(예수금)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금호리조트의 전체 기업가치(EV)를 6,000억원 이상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예비입찰 때 제시된 가격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금호리조트가 보유한 자산으로는 △아시아나 컨트리클럽(CC) △경남 통영마리나리조트 △전남 화순리조트 △강원 설악리조트 △제주리조트 등 콘도 시설과 △아산 스파비스 등 워터파크 3곳 △중국 웨이하이 골프앤드리조트 시설 등이 있다. 중국 웨이하이 골프앤드리조트는 금호리조트가 홍콩 법인 금호홀딩스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다.

당초 금호리조트 입찰은 흥행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레저산업 업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금호리조트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아시아나CC 홈페이지 갈무리
금호석유화학은 금호리조트 자산 중 아시아나CC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아시아나CC 전경. / 아시아나CC 홈페이지 갈무리

이들이 눈여겨본 부분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36홀 회원제 골프장인 아시아나컨트리클럽(CC)이다. 아시아나CC는 영동고속도로 양지IC에 맞닿아 있어 서울 강남 기준 1시간 내외에 방문할 수 있어 입지가 좋다는 평이 잇따른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골프장을 찾는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골프장 사업은 연중 성수기를 맞고 있다. 현금 확보가 용이하다는 얘기다.

아시아나CC의 가치 자체도 급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쯤에는 투자업계와 회계업계 사이에서 아시아나CC만 별도로 매각하더라도 2,000억원 중반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지난해 연말 진행된 감정평가에서는 3,500억원 가량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골프장 홀당 가격이 90억원 정도에 달하는 셈이다.

금호석유화학도 금호리조트 사업 중 아시아나CC에 특히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골프장 사업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박 회장은 2014년 김포공항 인근 대중 골프장 사업권 입찰에 참여했었으며, 2016년에도 파주CC 본입찰에 뛰어든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그룹의 유산을 다른 기업에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금호리조트의 현 주인인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은 다음달 초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매각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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