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시작된 공매도 논쟁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들은 공매도 금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며 금지 연장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공매도가 연일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당초 여권을 중심으로 새어 나왔던 논쟁에 야권도 뛰어 들면서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다만 시장 논리에 정치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모습이다. 

21일 정치권에서는 ‘공매도 금지’에 공감대를 모으고 있는 분위기다.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기 전까지 이를 유예해야 한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공매도 금지 조치를 먼저 3~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자는 목소리가 다수였던 만큼 금지기간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앞서 민주당에서는 양향자‧박용진 의원을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해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는 등 주식시장이 활발해진 분위기도 한몫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당내 혼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 아니면 금지 조치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매도 금지는 오는 3월 15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여당에서 피어난 불씨는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20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제도 개선이 선행되지 않고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하며 금지 연장에 힘을 실었다. 

야권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뛰어들었다. 안 대표는 이날(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상황에서 공매도 재개는 자본시장의 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기업 등에 기울어진 운동장 ▲시장 왜곡 가능성 ▲불법 공매도 제도적 감시 시스템 부재 등을 언급하며 정부‧여당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했다.

정치권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금융위원회도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업무계획을 발표한 자리에서 “최종결정이 나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위가 3월 15일을 종료 시점으로 못 박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 연장에 대해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란 비판도 새어 나온다. /뉴시스

◇ 정치가 시장에 개입 비판도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공매도 논쟁이 오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표심 잡기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사실상 공매도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재개했을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선거가 다가와서 혹은 정부 지지율이 떨어져서 3개월, 6개월씩 찔끔찔끔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는 것은 비겁한 행정”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비판의 여지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정치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정치인들이 시장에서 일하는 전문가 위에 있을 순 없다”며 “시장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정치권이 시장에 간섭하는 것은 시장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기관 투자자들하고 상당한 격차가 있기 때문에 불만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치권이) 경제 이슈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의식은 가질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날 통화에서 “중요한 것은 주식을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정치인이 불이익 되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며 “국민들이 손해를 보는 쪽으로 향하게 할 정치권은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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