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최정호 기자  지난해 코로나19로 서울 도심 집회가 중단 됐다. 집회를 했다가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정도였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 전남 나주시에서는 지난해부터 크고 작은 집회가 이어졌다. 이를 알지 못한 기자라는 사실에 부끄러웠다.

나주 시민들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SRF열병합발전소가 가동돼서는 안된다”며 집회를 열었다. 코로나19 난리 속에서도 어린 아이들까지 집회에 참여시키고, 방역 문제로 집합이 금지되자 도로에 차를 세워 놓고 시위를 이어갔다.

집회를 주도한 관계자는 “외지인들은 우리를 님비(NIMBY·지역 이기주의)로 보는 것을 안다”면서도 “하지만, 발전소가 정상 가동되면 시민들은 유해가스로 심각하게 고통 받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나주 시민들의 집회는 광주광역시까지 이어졌다. 왜 시민들은 광주까지 간 것일까. 발전소는 일일 400톤의 쓰레기를 열원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발전소에 협력하기로 한 전남도의 쓰레기를 합쳐야 30% 밖에 되지 않는다. 남은 70%는 광주시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왜 광주시의 쓰레기까지 사용해야 하는지 납득 못하고 있다. 

님비 현상은 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반대하는 행동을 말한다. 사회 기피 시설이 들어올 경우 집값이 떨어지는 것 등을 빌미로 '결사반대'를 외치며 시위하는 게 종종 목격되곤 한다.

혁신도시로 지정되고 공공기관 등이 나주시로 이주했다. 상당수의 인구가 나주시로 유입됐는데 도심 외곽 발전소에서 유해 물질이 배출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 시민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코로나19 방역 속에서도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가동 반대' 집회를 진행한 나주 시민들 / 나주 지역 시민단체 제공
코로나19 방역 속에서도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가동 반대' 집회를 진행한 나주 시민들 / 나주 지역 시민단체 제공

2013년에 발전소 사업 추진을 시작해 2017년 12월 들어선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시민들의 반대로 가동도 못하고 있다가 2020년 1월 환경영향평가 재조사로 5개월간 본가동을 실시했다. 당시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유해가스 제어를 두 차례나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가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시민들에게 답변하고는 발전소 가동을 나주시에 신청한 상태다.

집회에 참여한 한 어린아이는 “태어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왜 내가 유해가스를 마셔야 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쾌적한 환경을 보장 받아야 하는 국민의 권리를 행사한 나주 시민들을 님비로 봐야하는 것일까.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태만한 기자였던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발전소 건립과 가동 과정 상 문제가 있었다면 취재해 알리겠다는 약속을 늦었지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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