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가 홍원기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키움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가 홍원기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키움 히어로즈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마침내, 키움 히어로즈가 새 감독을 맞았다. 새 시즌을 본격 준비하는 스프링캠프를 코앞에 두고서다. 거센 풍파에 휩싸였던 키움 히어로즈의 새 선장이 된 홍원기 감독은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길 수 있을까.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21일 홍원기 신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다고 공식 발표했다. 예상대로 ‘비상상황’에 놓인 키움 히어로즈의 선택은 내부출신이었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해 시즌 막판부터 최근까지 손혁 전 감독의 사퇴와 허민 이사회 의장의 갑질 논란 등으로 거센 풍파를 겪은 바 있다. 일련의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전격 교체되기도 했다. 이처럼 안팎으로 뒤숭숭한 상황을 감안하면, 내부사정에 밝고 선수단과 익숙한 인물이 가장 적합할 수밖에 없다.

홍원기 신임 감독은 선수 시절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를 거쳐 키움 히어로즈의 전신 격인 현대 유니콘스에서 은퇴했다. 은퇴 직후이자 키움 히어로즈가 창단한 2008년부터 전력분석원으로 합류했고, 이듬해부터 코치로 지도자생활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수석코치를 맡기도 했다. 혼란스러웠던 창단 초기부터 오랜 세월 동행을 이어온 인물이다.

홍원기 신임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올해 목표로 제시하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허황된 말은 아니다. 키움 히어로즈는 여전히 탄탄한 선수단을 보유 중일 뿐 아니라, 더 이상 우승의 적기를 놓쳐선 안 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서건창과 박병호, 한현희 등 주축선수들이 올 시즌 이후 FA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건 홍원기 감독의 마지막 모습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그동안 5명의 감독이 거쳐 갔다. 하지만 이들 중 끝이 순탄했던 감독은 없다. 초대 감독이었던 이광환 감독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 고군분투했지만 1년 만에 성적부진을 이유로 경질 당했다. 2대 김시진 감독 역시 주축선수들이 줄줄이 빠져나가는 상황 속에서 강팀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성적 부진의 한계를 넘지 못한 채 시즌 도중 경질됐다.

3대 염경엽 감독은 키움 히어로즈를 강팀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다. 지휘봉을 잡은 4년 내내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고, 팀을 첫 한국시리즈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우승엔 끝내 닿지 못했고, 결국 2016년 포스트시즌 탈락 직후 전격적인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염경엽 감독은 SK 와이번스 단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키움 히어로즈 팬들에게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

4대 장정석 감독 역시 우려를 깨고 2019년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성공했으나 재계약이 무산되며 떠났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이 발생했다. 키움 히어로즈 측은 횡령 등의 범죄로 수감 중인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논란’에 연루된 것을 재계약 무산의 이유로 밝혔고, 장정석 감독은 이에 대한 해명의 메시지를 남긴 채 물러났다.

가장 최근 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5대 손혁 감독의 마지막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손혁 감독은 첫 시즌부터 줄곧 상위권을 달리며 순항을 이어갔지만, 리그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 돌연 성적부진을 이유로 물러났다. 이후 허민 의장 등 구단 고위진의 지나친 개입 및 갑질 논란이 실질적인 사퇴 배경으로 지목되면서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이처럼 키움 히어로즈의 역대 감독들은 하나 같이 씁쓸한 뒷모습을 남긴 채 떠났다. 물론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봤을 때에도 훈훈한 뒷모습을 남긴 감독은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이 감독의 숙명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키움 히어로즈의 역대 감독들은 유난히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겨왔다.

홍원기 신임 감독이 키움 히어로즈의 감독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