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 성추행 사건으로 혼란스러운 정의당이 침묵을 깨고 당원들을 향한 ′심야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사건 내용과 음주 여부 등 공론화 과정에서 불거진 궁금증에 대한 답변이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지난 25일 자정 무렵 페이스북에 “하루종일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을 접한 당원분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내내 힘들었다”라며 “당원분들께 제가 받은 질문에 대해 답변을 작성해 보았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사건이 공론화 된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특히 피해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자 당 안팎에서는 ‘무슨 일’이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정의당의 공식 입장은 물론 김 전 대표, 장혜영 의원의 입장문 모두 이같은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던 까닭이다.

이에 대해 배 부대표는 ‘불필요한 논란’을 우려해서라고 설명했다. 배 부대표는 “구체적 행위를 밝히지 않는 것은 행위 경중을 따지며 ‘그 정도야’, ‘그 정도로 뭘 그래’라며 성추행에 대한 판단을 개인이 가진 통념에 기반해서 해버린다”라며 “이 또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고 말했다.

사건을 ‘비공개’로 조사한 까닭에 대해서도 “2차 피해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조사 도중 사건 내용이 유출됐을 때 피해자 입장이 왜곡돼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음주 여부 역시 같은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정의당은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음주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배 부대표는 입장문에서 “이 사건은 성추행 사건이고 음주 여부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는데 고려되는 요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왜 술자리에 갔냐고 추궁하고 술을 안마셨으면 왜 맨정신에 당하냐고 한다”라며 “가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술김에 실수라고 가해행위를 축소시키고 술을 안마셨으면 피해자를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가해자를 옹호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당 차원에서 가장 엄중한 징계를 한다는 방침이지만, 형사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도 새어 나왔다. 그러나 정의당은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당의 변화’라는 점을 강조하며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배 부대표는 “피해자의 결정은 정의당 차원에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고 징계하는 것”이라며 “공동체적인 해결방식이 당을 위해 더 유효한 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부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장 의원은 처음부터 가해자를 처벌하는 목적이 아니라 정의당의 공동체적인 해결 그것이 당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사건이 벌어진 뒤 침묵을 지키고 있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같은 날 저녁 10시경 페이스북을 통해 입을 열었다. 12시간 만에 입장 표명이다. 심 의원은 “가슴 깊은 곳에서 통증이 밀려온다”라며 “당의 대표가 가해자란 사실은 당의 모든 것을 바닥에서부터 재점검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또 다른 피해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준 장 의원에게 깊은 위로와 굳건한 연대의 뜻을 보낸다”라고 언급했다.

정의당은 26일 사건에 대해 재차 사과를 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의당의 부단한 노력에도 조직문화를 바꾸지 못했다”라며 “밑바닥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