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남녀고용평등법·고용부 유권해석, 군경력 우대는 차별”
‘군 복무기간’ 승진 기준 포함은 군필·미필 차이… 성차별 문제 아니다
한전 계열, 04년부터 ‘여성수당’ 지급… 보건휴가 무급전환에 따른 노사합의
기재부·고용부 “여성수당 관련해 사실관계 파악 및 검토 필요”

기재부가 공공기관의 승진심사 시 군 복무기간을 합산하는 등 우대 행위는 차별이라면서 승진심사에서 군 경력 적용을 전면 폐지를 명령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수해지역 대민지원을 나간 군군 장병들. / 뉴시스
기재부가 공공기관의 승진심사 시 군 복무기간을 합산하는 등 우대 행위는 차별이라면서 승진심사에서 군경력 적용을 전면 폐지를 명령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수해지역 대민지원을 나간 국군 장병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소속 직원 승진인사 시 군 복무기간을 반영하는 규정을 모두 없애라고 지시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 측에서는 ‘군 경력’을 호봉에 포함하고, 승진자격인 ‘재직연수’에도 적용할 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위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일부 공공기관에서 수년째 여성 근로자들에게만 ‘여성수당’을 지급하는 등 기울어진 정책은 손보지 않고 군 복무와 관련해서만 옥죄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역차별’을 지적한 것이다.

26일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승진 시 남녀차별 규정 정비’라는 제목의 공문을 지난 13일 산하 공공기관으로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상은 36개 공기업, 95개 준정부기관, 209개 기타공공기관 등 모든 공공기관이다. 기재부는 최근 이와 관련한 보도로 논란이 일자 지난 24일, 입장자료도 배포했다.

기재부 측은 이번 ‘공공기관 승진심사에 군경력 반영 폐지’ 조치와 관련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제10조와 및 고용노동부 유권해석에 따라 공공기관 승진 시 군 경력이 포함되는 호봉을 기준으로 승진자격을 정하는 경우 동 법률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각 기관에서 관련규정을 확인하여 필요한 경우 정비토록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0조는 교육·배치 및 승진과 관련한 내용으로, 사업주는 근로자의 교육‧배치 및 승진에서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또한 고용부는 “동일한 학력의 소유자를 동일한 채용조건과 절차에 의해 채용했음에도 승진에 있어 군복무 기간만큼 승진기간을 단축해 제대군인에 비해 여성근로자 등에게 상위 직급·직위로 승진하는데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다면 이는 합리성을 결여한 차별이라 할 것”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고용부 측은 현재 동일 직종 종사자들에 대해 성별 차별을 두지 않도록 동일 직종에서 동일한 업무를 한다면 남녀무관 동일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사항으로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 병역을 마친 청년에 대해서는 채용 시 군 복무기간을 근무경력에 포함하는 등 호봉으로 산정해 임금 결정 시 달리할 수 있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경우 군 복무 청년에 대해서는 채용 시 군 경력을 2년간 사회에서 근무한 경력으로 인정해 호봉을 보통 3호봉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이유로 남성과 여성의 공공기관 채용 시 호봉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결국 임금 차이가 나타나는데, 이를 두고 ‘혜택’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다.

고용부의 유권해석 및 기재부의 이번 결정은 군 복무기간을 호봉 산정 및 임금결정에 반영하는 것 이외에 승진심사 시에도 근속기간으로 인정할 경우 ‘중복 혜택’의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승진심사에 군 경력 반영과 관련해 정부부처는 애초에 군 복무기간이 반영되지 않고 있었으며, 그 외 공공기관들은 자율적으로 인사제도를 운영해왔다. 대표적으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승진심사를 위해 필요한 ‘재직연수’에 3년 이내의 군 경력을 합산해 계산한다. 승진까지 총 5년이라는 재직연수가 필요한 경우, 군 복무를 마친 남성은 3년을 근무할 시 군 복무기간을 합산해 재직연수를 채울 수 있는 셈이다. 장교로 3년을 근무했다면 더 짧은 기간 내 승진심사를 볼 수 있다.

반면, 가스공사와 수자원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일부 공기업은 전부터 취업 시 군 복무기간을 호봉으로 가산해 임금 산정 시에만 인정할 뿐, 승진심사 시 재직연수에는 군 복무기간을 합산하지 않고 있다.

그간 군 복무기간을 승진심사에 반영해온 일부 공기업은 현재 승진심사와 관련한 인사규정에 대해 수정·검토를 진행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기업 관계자는 “승진심사에 군 복무기간을 포함하던 것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최근 기재부로부터 공문을 전달받아 이제 막 검토를 시작한 단계”라며 “현재로서는 당장 어떤 방식으로 결정이 날 것 같다고 말하기는 이른 단계”라고 말했다.

기재부의 결정에 일각의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다수의 누리꾼들은 “가산점과 호봉 인정 안 받을 테니 군대 빼주세요, 제발” “남자도 군 복무 선택할 수 있게 해 달라” “평등을 원하면 남녀 모두 징병해라” 등의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군 복무기간을 재직연수에 포함을 시키는 것은 남녀차별이 아닌 ‘군필자와 미필자의 차이’라고 지적도 이어졌다. 이번 기재부의 조치는 의무복무를 마친 남성 외에도 장교나 부사관으로 복무하고 제대한 후 공기업으로 취업한 여성 근로자들마저 그간 받던 보상을 박탈당하게 되는 꼴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오세라비 미래대안행동 여성·청년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휴전상태이고 러시아와 일본, 중국 등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나라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안보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강제징병제도를 선택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이들에 대해 아무런 가산제도나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군필자들에게 주어지는 일부 혜택도 공기업에서만 해당되는 사안인데, 이마저 없애는 것이 진짜 남녀평등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며 “무엇보다도 국가안보를 지키고 전역한 군인에 대해 우리는 최소한 사회적으로 우대를 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재부는 이번 결정을 군필자의 대다수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단순히 군필자에게 주어지던 혜택을 폐지하면 성평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일차원적인 관점에서 시행됐다고 본다”며 “이렇게 되면 여성군인들도 전역 후 취업 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매월 보건휴가를 1회 사용할 수 있다. 여성들의 보건휴가는 2004년부터 무급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일부 공기업들은 노사 합의를 거쳐 보건휴가의 무급전환에 따라 금전적으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게티이미지뱅크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재직 여성들은 매월 보건휴가를 1회 사용할 수 있다. 여성들의 보건휴가는 2004년부터 무급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일부 공기업들은 노사 합의를 거쳐 보건휴가의 무급전환을 금전적으로 보상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게티이미지뱅크

◇ 기재부가 쏘아올린 공, 남녀갈등 부추겨… 여성수당 논란 재점화

뿐만 아니라 여성수당과 관련한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정책은 쏟아지고 있지만, 여성 근로자 중심의 여성우대 정책은 수년째 논란이 되고 있음에도 축소나 수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여성수당은 한전을 비롯한 그 계열의 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한전KPS 등 공기업에서 여성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급여항목 중 하나다.

한전 및 발전공기업 등에서는 여성수당을 지난 2004년부터 지급하고 있다. 여성수당 금액은 기업마다 다르다. 한전이 1만5,000원이며, 남동발전과 남부발전·중부발전·한전KPS 등이 2만원, 서부발전이 3만원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급 명목은 ‘특수작업 수당’ ‘모성수당’ 등 여러 이름으로 바뀌어 지급되기도 한다.

여성수당은 여성 근로자들에게 주어지는 보건휴가(생리휴가)가 그간 유급으로 제공됐었으나, 2004년 7월1일부터 보건휴가가 무급으로 전환되면서 생겨난 것이다.

한전 측은 “보건휴가가 유급에서 무급으로 전환됨에 따라 당시 노사 임금협약을 통해 지급하고 있다”며 “현재도 동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여성수당과 관련해서는 수년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여성수당도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제9조는 임금에 관한 내용으로, ‘사업주는 임금 외에 근로자의 생활을 보조하기 위한 금품의 지급 또는 자금의 융자 등 복리후생에서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한전 계열사 내에서도 인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사 간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갈등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한전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담당부서를 통해 확인해보니 여성수당을 급여항목에서 삭제하는 것을 지난해 임금협상 안건에 올렸는데, 노조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도 지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 측 관계자는 “여성수당이 생겨나게 된 배경이라든지 노사 간의 합의가 이뤄지게 된 경위나 합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사안으로 보여 유선 상으로 명확한 답변을 하기는 힘든 점 양해바란다”며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검토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측에서는 여성수당과 관련해 우선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측은 “한전을 비롯한 일부 공기업에서 여성들에게만 지급되는 여성수당이 실제로 지급되고 있다면 이와 관련해 법리적 검토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며 “관련 부서에 내용을 전달해 검토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전동부교육지원청이 올해 들어 시행한 ‘여성 재택숙직제’도 역차별 논란이 일자 최근 중단됐다. 대전동부교육지원청은 “여성 재택숙직제는 최근 SNS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어 양성평등의 의미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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