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 4ㆍ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면접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정진석 4ㆍ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면접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수싸움 중인 범야권의 간극이 점차 벌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26일 자체 예비경선 진출자를 확정하고 경선 일정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같은 날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예비후보 ‘기호 4번’으로 등록하며 배수진을 쳤다.

안 대표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단일화 실무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내부 최종 후보를 선출할 때까지 단일화 논의를 미룬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무시’ 전략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경선 일정은 3월 4일 마무리된다. 선거가 임박할 때까지 자체 전력으로 분위기를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 가능성 없어진 ‘조기 야권 단일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경선 진출자를 발표했다. 당초 보궐선거 공천은 서울 14명·부산 9명이 접수했지만, 내부 심사를 통해 각각 8명·6명으로 추려졌다.

서울시장 예비경선 진출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김선동·오신환·이종구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 이승현 한국외국기업협회 명예회장 등 8명이다.

부산시장 예비경선 진출자는 박형준 동아대 교수, 이언주·이진복·박민식 전 의원,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 전성하 LF에너지 대표이사 등 6명이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오직 서울과 부산의 미래를 위해 최고 역량을 갖춘 후보자 선별을 위해 노력했다”며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분들, 경쟁력 있는 인사들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압축해 예비경선 진출자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안 대표와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서는 “드릴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야권후보 3월 단일화 방안에 대한 국민의힘 지도부 입장은 더욱 확고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대책 마련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권 단일화에 대해 “우리가 후보를 만들고 있다. 만들어져야 단일화를 하는 것”이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일화를 (요구)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미 당내 경선 일정을 진행 중인 만큼 안 대표와 단일화 논의를 할 단계가 아니라는 취지다. 앞서 국민의힘은 경선 진행 전 안 대표의 ‘선(先)입당·후(後)경선’을 요구했지만 불발됐다.

오히려 안 대표는 국민의힘에 입당 없이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문호를 외부인사에 열어주는 ‘개방형 경선플랫폼’을 역제안했다. 안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경선 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 달라”며 “제1야당이 주도권을 갖고 야권 승리를 위한 게임메이커가 돼주면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했다.

조속한 실무협상도 적극 촉구했다. 안 대표는 이날 서울시 선관위에서 예비후보 등록 직후 “일단 실무선에서 (단일화) 협상을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3월 초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기간 동안 협상할 때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 생기게 되면 굉장히 난감한 지경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무협상은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게 야권 지지자를 안심시킬 수 있고 단일화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그렇게 제안을 드렸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날 ‘기호 4번’ 국민의당 후보로 등록했다. 국민의힘 입당 없이 국민의당 간판으로 선거를 완주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예비후보자등록을 위해서 등록사무실로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예비후보자등록을 위해서 등록사무실로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3월 초 단일화 협상 “촉박하다” 우려도

야권 단일화 협상은 3월 초 시작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3월 초 발표되기 때문이다. 예비경선은 2월 5일까지, 후보 4명이 겨루는 본경선은 3월 4일 마무리된다.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 마감일이 3월 19일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발표된 이튿날(5일)부터 곧바로 협상을 시작한다고 가정해도 2주 가량의 시간밖에 남지 않는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안 대표 입장에서는 국민의힘과 하루라도 빨리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는 앞서 안 대표가 야권 오픈경선을 요구할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가 “(안 대표)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한 이유이기도 하다.

초반 판세는 야권 ‘빅3(오세훈 전 서울시장·나경원 전 의원·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중에서도 가장 빨리 출마를 선언한 안 대표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민의힘 경선이 진행되는 1개월 동안 관심이 제1야당에 쏠릴 경우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국민의힘도 당분간 자체 경선에 최대한 집중하면서 향후 단일화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기조대로 3월 초에 단일화 협상을 시작할 경우 2주라는 시간이 현실적으로 너무 촉박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고나서 시작하면 너무 늦다. 아마 늦어도 2월 말부터는 실무진이 물밑에서 조율하지 않겠나”라며 “설령 단일화가 돼도 ‘예쁜 모양’으로 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지금 소통이 굉장히 부족해보이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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