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전년대비 SUV 26%↑·세단 5.4%↑
수입차 세단은 특정모델 집중… 1/3 이상이 E클래스·5시리즈
스포츠카·럭셔리 브랜드 등 다양한 수입 SUV 존재… 전기차도 SUV 대세

쉐보레
쉐보레가 올해 한국 시장에 도입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풀사이즈 SUV 타호. / 쉐보레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은 국산차와 수입차 가릴 것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상 차종을 수입차로 한정할 시 SUV 판매대수 증가폭은 더욱 크다. 이에 적지 않은 수입차 브랜드가 SUV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의 2020년 결산 자동차 등록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승용 신차등록 대수는 총 165만7,186대로, 전년 154만880대 대비 7.5% 증가했다. 세부적인 차종을 살펴보면 SUV의 판매대수가 가장 많이 늘었다. 지난해 SUV 차종은 총 71만7,814대로, 전년 대비 17.0%(10만4,306대) 증가했다. 세단도 전년 대비 7.1%(4만5,860대) 더 판매돼 69만2,619대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SUV가 인기를 끌고 있는 모습이다. 수입차 브랜드만을 놓고 살펴보면 SUV의 판매 비율 증가세는 더욱 도드라진다. 지난해 전기자동차(EV)를 비롯해 수입 SUV(RV·픽업트럭 포함) 모델은 11만3,980대가 판매됐다. 전년 9만216대 대비 2만3,764대가 더 판매됐으며, 비율로 따지면 26.34% 증가한 수치다.

동기간 수입승용차 중 세단(경차·왜건 포함)의 총 판매대수는 16만5,793대다. 전년 15만7,205대 대비 5.46% 증가했다. 판매량이 증가하긴 했으나, SUV 모델에 비하면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세단 모델은 대부분 특정모델이 판매량을 이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있다. 2개 차종의 지난해 판매대수는 5만4,285대로, 수입세단 전체 판매량의 34.53% 수준이다. 수입세단 총 판매량의 3분의 1 이상이다.

여기에 아우디 A6와 테슬라 모델3도 거들고 있다. 지난해 아우디 A6는 1만1,571대, 테슬라 모델3는 1만1,003대가 판매됐다. 아우디 A6와 테슬라 모델3까지 포함하면 7만6,859대에 달해 지난해 세단 총 판매대수의 48.89%에 달한다. 단 4개 모델이 수입세단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반면 수입 SUV 중 1만대 이상 판매된 모델은 폭스바겐 티구안(1만1,663대)이 유일하다. 이어 벤츠 GLC(7,453대), 포드 익스플로러(6,126대), 벤츠 GLE(4,005대) 등 순으로 나타났으며, 포르쉐 카이엔, BMW X4·X3·X5 등이 3,500~4,000여대 수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다양한 SUV 차종이 골고루 판매되는 모습이다.

이 외 수입 SUV는 △지프 랭글러·체로키 △볼보자동차 XC40·XC60 △아우디 Q3·Q5 △토요타 라브4 등도 있다.

포드 익스플로러 최상위 트림 플래티넘. / 포드코리아
포드가 올해 1월 초 출시한 익스플로러 플래티넘. / 포드코리아

또한 국내에서 SUV 모델 익스플로러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포드는 최근 세단 모델을 하나씩 정리하고, 현재 퓨전 모델만 남겨두고 있다. 이 외에는 △SUV&크로스오버 8종 △픽업트럭 3종 △밴 1종 등을 판매 중이다.

포드의 럭셔리 브랜드 링컨도 최근 컨티넨탈을 비롯한 세단 라인업을 정리했다. 미국 검색엔진을 통해 ‘링컨’을 검색하면 홈페이지 링크에 ‘아메리칸 럭셔리 크로스오버, SUV’라고 강조했다. 또 링컨 홈페이지 메인에는 ‘THE LINCOLN FAMILY OF LUXURY SUVS’이라는 문구도 내걸었다. 랜드로버와 같은 SUV 전문 브랜드로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쉐보레가 미국 본토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델 중 세단은 스파크·말리부·임팔라 등 3종에 불과하다. 소형세단 소닉은 단종을 선언했다. 그에 반해 쉐보레의 SUV 라인업은 트레일블레이저부터 서버밴까지 크기별로 7종이 존재하고, 픽업트럭도 2종을 판매한다.

쉐보레가 2019년 하반기 국내에 도입한 차량들도 △콜로라도 △트래버스 등 SUV와 픽업트럭이다. 올해는 △풀사이즈 SUV 타호·서버밴 △중형 크로스오버 SUV 블레이저 등이 신차 라인업으로 거론된다. GM의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도 지난해부터 SUV 라인업을 새롭게 정비해 XT4부터 XT5, XT6, 그리고 에스컬레이드에 이르는 SUV 패밀리를 새롭게 구성했다.

폭스바겐은 올해 티록과 8세대 골프 등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중 완전 신차는 티록으로, 이 역시 SUV다. 폭스바겐이 유럽에서 출시해 판매 중인 전기차 ID.3는 해치백, ID.4는 SUV다.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투아렉보다 큰 대형 SUV 아틀라스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포르쉐코리아
포르쉐 브랜드 중 한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모델 카이엔이 내년이면 출시 20주년을 맞는다. / 포르쉐코리아

이와 함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에서도 SUV 모델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고 있다. 포르쉐는 스포츠카 브랜드 중 SUV 시장에 상당히 일찍 들어선 편이다. 포르쉐의 효자모델로 등극한 카이엔은 2002년 출시됐다. 당시 외신이나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 등에서는 혹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포르쉐는 카이엔의 상품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했고, 현재 3세대 모델을 출시해 판매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카이엔이 포르쉐의 아이콘 911 모델을 꺾고 브랜드 판매 1위 모델에 올랐다. 포르쉐는 그간 카이엔 판매량이 증가하는 모습에 지난 2013년에는 카이엔보다 조금 작은 중형 SUV 마칸까지 출시했다.

포르쉐 카이엔의 성공에 다른 스포츠카 브랜드나 럭셔리카 브랜드에서도 수년 전부터 SUV 모델을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롤스로이스 컬리넌 △벤틀리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르스 △마세라티 르반떼 등이 있다. 페라리도 ‘프로산게’라는 이름의 SUV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해외에서는 페라리 프로산게로 추정되는 테스트카가 포착되기도 했다. 억대를 호가하는 브랜드에서도 기존 세단이나 스포츠카 형태의 차량이 아닌 SUV 모델을 개발, 출시하는 모습이다.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상반기 출시를 계획 중인 중형 SUV 순수전기차 EQA.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또한, 최근 수입차 브랜드들이 국내에 출시한 전기차를 살펴봐도 대부분이 SUV다. 메르세데스-벤츠가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전기차는 EQC가 있으며, 올해 상반기 EQA를 출시할 계획이다. 모두 SUV 기반의 전기차다.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를 설치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미러리스 카’ 아우디 e-트론, 재규어의 첫 고성능 전기차 I-페이스, 한불모터스가 수입해 판매하는 푸조 e-2008·DS 3 크로스백 E텐스 등도 역시 SUV 형태의 전기차다. 쉐보레가 지난해 2월 중국에 출시한 전기차 멘로EV는 볼트EV를 기반으로 한 소형 SUV 전기차다.

전기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테슬라도 초기에는 모델3와 모델S와 같은 세단모델을 출시했으나, 뒤이어 SUV 형태의 모델X와 모델Y를 추가로 출시하고 나섰다. 이 외에 쉐보레 볼트EV나 BMW i3, 푸조 e-208, 르노 조에 등 해치백 형태 전기차도 있으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실내공간이 넓고 활용성이 좋은 SUV 형태의 차량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적지 않은 수입차 브랜드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결국 SUV 형태의 신차가 다수 출시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또 “특정 브랜드에서 SUV 모델을 출시해 인기를 끌게 되면 경쟁 브랜드에서는 해당 모델이 독주하지 못하도록 경쟁 모델을 출시하는 경향도 있다”며 “가장 대표적인 차종이 포르쉐 카이엔으로, 럭셔리 브랜드나 스포츠카 브랜드가 SUV 모델을 생산하도록 만든 시발점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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