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정상회담에서 만나 인적문화적 교류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청와대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시 주석의 방한 소식을 알리자 지난 2016년 사드 문제로 속앓이를 해왔던 게임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대화 의지가 있음을 밝혀 눈길을 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대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제8차 당대회에서 대외 입장을 제시한 가운데, 시 주석의 발언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시진핑 “북한, 대화의 문 닫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시 주석과 8개월만에 정상 통화를 가졌다. 양 정상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양 정상의 통화 발언이 직접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통상 청와대는 외교 관례적 이유로 양 정상 간 발언 공개에 신중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남북-북미 대화를 지지한다”며 “중국은 정치적 해결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 주석은 “북한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밝힌 대외적 입장은 미국, 한국과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것으로 본다”면서 “한반도 정세는 총체적으로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해당 발언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7일 “어제 거의 전문을 공개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 주석의 발언은 김정은 총비서의 최근 발언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이라 눈길을 끈다. 김 총비서는 8차 당 대회에서 “남조선당국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대해서는 “새로운 조미(북미) 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 립서비스·대화 의지·도발 방지… 한중 관계 위한 발언일 가능성↑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발언이 단순한 ‘립서비스’일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대중(對中) 압박의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중국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시 주석이 북한의 대화 의지를 전달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최대 우방국이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시 주석이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에 청와대도 겉으로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내부에서도 시 주석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아울러 시 주석이 북한의 대화 의지를 전하고, 청와대도 이 대화를 공개한 것은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 경우 중국은 북한의 최대 우방국임에도 먼저 나서 “남북-북미 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혀, 북한의 도발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정치적 해결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중시한다”는 발언은 ‘북한 문제는 중국이 해결할 것’이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시 주석의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압박 전략에 한국이 동참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한국에 립서비스를 하거나, 북한의 도발을 차단하고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모양새를 취해야 원만한 한중 관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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