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담뱃값 인상 추진 계획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보건복지부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담뱃값 인상 추진 계획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 27일 담뱃값 인상 추진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담뱃값 인하’ 공약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팩트체크한다.

◇ 문재인 대통령, 공약하진 않았지만 언급은 해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담뱃값 인하를 공약한 것은 사실일까.

담뱃값을 둘러싼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부터 당선 직후까지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단행된 담뱃값 인상의 사회적 파장이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일단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엔 ‘담뱃값 인하’가 포함돼있지 않다. 담뱃값 인하를 공식적으로, 명시적으로 공약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시점인 2017년 1월 <대한민국이 묻는다>라는 대담집 형태의 책을 발간한 바 있다.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 각종 현안에 대한 생각 및 주장을 담은 책이었다. 

바로 이 책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담뱃값 인하에 대해 언급했다. 226페이지에서 “담뱃값은 물론이거니와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간접세를 내리고 직접세를 적절하게 올려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담뱃값을 이렇게 한꺼번에 인상한 건 서민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굉장한 횡포”라며 담뱃값 인상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담배는 우리 서민들의 시름과 애환을 달래주는 도구이기도 한데, 그것을 박근혜 정권이 빼앗아갔습니다. 담뱃값은 서민들의 생활비에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특히 어르신들 같은 경우 비중이 굉장히 크지요. 그러니 담뱃값을 이렇게 한꺼번에 인상한 건 서민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굉장한 횡포입니다.

 

국민들의 건강, 금연을 위해서 인상된 돈이 전적으로 국민건강을 위해 사용된다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유일하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인상금액 대부분이 국고로 가고 이 가운데 건강증진기금으로 간 것은 아주 일부에 불과합니다. 국민건강을 빙자한 ‘세수 늘리기’였다는 겁니다.

 

박근혜 정부는 지속적으로 세수 부족 때문에 계속 추경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세수를 늘리기 위해 가난한 서민의 주머니를 쥐어짰죠. 그전까지의 정부는 세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추가적인 재정지출 때문에 추경을 했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세수가 목표보다 적으니 이미 예산에 잡혀 있는 재정지출을 할 수가 없어서 추경을 계속한 겁니다. 즉, 세수를 늘리는 문제가 박근혜 정부로서는 상당히 중요했지요. 그렇다면 당연히 재벌과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걷을 생각을 해야 하는데 불쌍한 서민들을 쥐어짠 거예요. 담뱃값은 물론이거니와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간접세를 내리고 직접세를 적절하게 올려야 합니다. 

- <대한민국이 묻는다> 226p.

즉,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담뱃값 인하를 공약한 것은 아니지만, 대선을 앞두고 출간한 책을 통해 담뱃값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유력 대선주자 위치에서 출간한 책의 내용이었던 만큼, 공약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담뱃값 인하를 공약했는지 여부는 ‘절반의 사실’로 판단된다.

2017년 1월,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2017년 1월,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 이번 담뱃값 인상 추진 계획, 세수확보와 거리 멀어

그렇다면, 최근 논란에 불을 붙인 보건복지부의 담뱃값 인상 추진 계획은 문재인 대통령이 책에서 언급했던 구체적 내용과 배치될까. 해당 페이지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거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담뱃값 문제를 언급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세수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세수 부족 문제를 마주한 박근혜 정부가 재벌 및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걷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서민의 주머니를 쥐어짜는 담뱃값 인상을 택했다는 것이다. 또한 인상된 금액 중 아주 일부만 국민건강을 위해 사용되고 대부분은 국고로 간다며 ‘국민건강을 빙자한 세수 늘리기’였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번 담뱃값 인상 추진 계획이 정부의 세수확보 문제와 맞닿아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과 배치된다는 지적은 합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담뱃값 인상 추진 계획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담긴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대해 “‘모든 사람이 평생건강을 누리는 사회를 만든다’는 비전 아래 건강수명 연장과 소득별·지역별 건강형평성 제고를 총괄 목표로 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2018년 기준 70.4세인 건강수명을 2030년까지 73.3세로 연장하고, 현재 8.1세인 소득수준 상위 20%와 하위 20%의 건강수명 격차를 2030년까지 7.6세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건강생활실천 △정신건강관리 △비감염성질환 예방관리 △감염 및 기후 변화성 질환 예방관리 △인구집단별 건강관리 △건강친화적 환경구축 등 6개 분과로 나눠 28개의 중점과제 및 400개의 성과지표를 설정했다. 

중점과제엔 △금연 △자살예방 △비만 △감염병 대응 △군인 건강관리 △혁신적 정보기술 적용 등이, 성과지표엔 △성인남성 흡연율 △소득 1-5분위 성인여성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 격차 △치매안심센터의 치매환자 등록·관리율 △연간 평균 노동시간 △주민건강센터 개소 수 등이 포함돼있다.

이처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은 국민건강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 중 금연을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담뱃값 인상 추진이 포함된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정확히 ‘담배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인상’을 언급하고 있다. 건강증진부담금은 국민건강증진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지원하기 위한 기금이다. 담배엔 국민건강증진부담금과 함께 개별소비세·부가가치세 등의 국세와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 등의 지방세가 붙는다. 국세나 지방세는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재정으로 활용되지만, 건강증진부담금은 국민건강을 위해서만 쓸 수 있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인상 추진 계획의 실행 시기를 2030년까지로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담뱃값 인상이 이뤄질지 불투명하고, 오히려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즉, 이번 담뱃값 인상 추진 계획이 문재인 정부의 세수확보로 이어진다거나 세수확보를 목적으로 한다고 보긴 어렵다.

2014년 박근혜 정부의 담뱃값 인상 추진 당시 한 시민단체가 담뱃값 인상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2014년 박근혜 정부의 담뱃값 인상 추진 당시 한 시민단체가 담뱃값 인상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이 비판한 박근혜 정부 시절 담뱃값 인상은 임기 중반 단기간에 추진됐을 뿐 아니라 담배에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따라서 이번 담뱃값 인상 추진 계획이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묻는다> 책을 통해 언급한 내용과 배치된다는 지적은 ‘전혀 사실 아님’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담뱃값 인하 공약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는 언급을 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담뱃값 인상 추진 계획이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한 내용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담뱃값 인상 추진 계획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과 배치된다는 지적은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단된다.


※최종결론 : 대체로 사실 아님

근거자료
 

-문재인 대통령 공약

-<대한민국이 묻는다>

-보건복지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