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지난 26일 ‘5G특화망’ 정책을 발표하면 기존 통신사들이 독점했던 5G망을 이제 일반 기업들도 특정 지역에 한해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지난 26일 ‘5G특화망’ 정책을 발표하면서 국내 IT업계가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5G특화망 정책에 일반 기업들도 특정 지역에서 5G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향후 통신업계의 흐름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통신사 독점하던 5G망, 이제 일반 기업도 구축 가능

과기정통부에서 이번에 발표한 5G특화망 정책 내용 중 중점이 되는 것은 ‘지역 5G 사업자로 5G 특화망 시장 경쟁체제 도입’이다. 5G 특화망 구축·운영주체를 기존의 통신사 외 지역 5G 사업자인 수요기업, 제3자(SW·SI기업, 장비회사, 중소통신사 등) 등으로 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쉽게 말하면 삼성전자, 네이버 등 자체적으로 5G통신망이 필요했던 기업들이 통신사의 도움 없이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할당받아 특정 지역에 한해 자체 5G기지국을 설치하고, 통신망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과기정통부가 이번에 5G특화망 구축을 일반 IT기업에도 허용하게 된 배경은 통신3사의 통신망 구축 사업 독점에 있다. 지금까지 국내 통신망 구축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주파수를 할당받았던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독점해 왔다. 

특히 최근 B2B(기업간 거래), 스마트팩토리 등 5G기반 사업들의 상용화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해지는 만큼, 통신사뿐만 아니라 5G통신망이 필요한 다른 IT기업들에게도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재 독일, 일본, 영국 등 해외 IT분야 선진국들은 5G기술 상용화를 위해 SW기업, 장비회사, 중소통신사 등에게도 주파수를 별도로 할당해 5G특화망을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홍진배 통신정책관도 5G특화망 관련 브리핑에서 “국내 특화망, 5G 특화망 구축을 통신사 단독으로만 하는 경우에는 경쟁 부재로 인해서 투자가 위축·지연될 가능성이 있고, 글로벌 5G B2B 시장을 선점당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에 따라 5G 특화망 구축 주체를 통신사 외에 지역 5G 사업자로 확대를 해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통해서 5G 특화망 활성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의 이번 5G특화망 정책은  B2B(기업간 거래), 스마트팩토리 등 최근 세계적으로 치열해지는 5G기반 사업들의 상용화 경쟁에서 통신사뿐만 아니라 5G통신망이 필요한 다른 IT기업들에게도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Getty images

◇ 업계, “ICT신기술 발전에 도움 기대”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5G특화망 정책으로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등 5G융합서비스 등 ICT신기술 개발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브레인레스 로봇(Brainless Robot)’ 기술 상용화에 큰 진전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브레인레스 로봇이란 ‘뇌 없는 로봇’이라는 뜻으로 두뇌에 해당하는 고성능 컴퓨터는 로봇 본체 밖 클라우드에 저장한 뒤, 5G통신망을 이용해 로봇의 몸체만 조종하는 기술이다. 로봇 제작비 및 유지비 절감과 공간 절약이 가능해 스마트 공장 등 분야에서 미래 유망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5G 신기술을 테스트 하기 과기정통부 측에 5G특화망 사용을 제안한 네이버도 올해 연말 완공될 예정인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사옥에서 100대의 ‘뇌없는 로봇(Brainless Robot)’을 가동하는데 5G특화망을 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5G특화망 정책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브레인레스 로봇 기반의 스마트 공장 구현을 통해 생산설비 자동화와 공정 효율 증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자체 5G망을 통해 공정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수집 가능해 연구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5G통신장비 업체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듯하다. 많은 기업들이 5G특화망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장비를 주문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기업이 로컬 구역 내에서 AR·VR(증강·가상현실)이나 스마트공장 기술을 완벽히 구현하려면 28GHz 대역의 5G특화망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5G망을 구축한다면 장비업체들에겐 희소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5G특화망 정책으로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등 5G융합서비스 등 ICT신기술 개발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브레인레스 로봇(Brainless Robot)’ 기술 상용화에 큰 진전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Getty images

◇ 5G망 독점 깨진 통신사 타격?… 전문가들 “전혀 문제없다”

이번 5G특화망 정책이 발표되자 일부 통신부문 투자자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통신사들이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5G망을 구축해버린다면 현재 통신사들이 핵심 5G사업으로 추진 중인 B2B 사업 등이 위축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효율성이 크게 느껴질 수 있는 아주 큰 대기업들(삼성·네이버·현대차 등)은 자체적으로 해당 공장 안에 5G특화망을 구축하겠지만, 망 구축 설비 능력이 없는 상태의 기업들은 B2B시스템 구축 시 통신사에게 의존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유신투자증권 박종선 연구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5G특화망은 이동통신사와 다른 IT기업 간의 경쟁 구도가 아니라 ‘보완구도’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며 “자체적으로 기업들이 5G특화망을 구축하는 것은 이동통신사업을 하겠다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5G망은 초저지연 등 기존 통신망과는 다른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를 활용하기 위해선 기존 통신사들의 망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며 “기존 통신사들의 통신망과 기업이 자체 구축한 5G통신망의 로밍을 통한 B2B 사업 등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어 양쪽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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