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범보수 끌어안기 행보를 이어가자 정치권에서는 ′극우 딱지′로 공세에 나서는 모양새다. 사진은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한 안 대표가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으로부터 입장문을 받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야권 단일화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범보수 끌어안기’ 행보를 이어가자 정치권에서는 ‘극우’ 딱지를 들고 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의 연이은 우클릭 행보가 자칫 ‘극우 프레임’에 갇히며 기존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8일 더불어민주당은 안 대표를 두고 극우 공세에 나섰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안 대표는 극우 세력을 포함 야권의 영역을 중도까지 확장하겠다고 발언했다”며 “신념과 가치가 아니라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만들고 합치며 이합집산만 거듭하려는 태도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미 안철수 후보가 태극기 부대, 극우적인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다”며 “그쪽(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당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비판은 안 대표가 전날(27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화 범위를 언급한 것을 두고 불거졌다. 안 대표는 이 방송에서 “(태극기 세력) 모두 포괄해서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야말로 제대로 야권의 영역을 중도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비판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그간 안 대표가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꾸준히 이어졌다. 안 대표가 김동길 전 연세대 명예교수, 반기문 전 유엔총장 등 보수 인사들을 연달아 만난 것이 대표적이다. 안 대표는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서 홍준표 의원과 ‘우연한 만남’을 갖기도 했다. 

특히 김 명예교수를 만난 것을 두고 논란이 증폭됐다. 김 명예교수가 보수 원로지만 극우 성향에 가깝다는 이유다. 당장 여권에서는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이 “태극기 집회에서 안 대표를 볼 날이 머지않았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마저도 “국민의힘은 오기 싫다면서 김동길은 왜 만나느냐”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보수 진영을 향한 강력한 메시지를 연일 던지는 데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기존 지지층이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뉴시스

◇ ′지지층 배신′ 우려 목소리

야권 단일 후보를 노리는 안 대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보수 지지층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 부담감이 자리잡고 있다. 중도 지지층과는 다르게 보수 지지층과는 심리적 거리감이 멀다는 게 그 이유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되면 우리 당 강성 보수 분들이 투표장에 안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안 대표의 범보수 끌어안기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행보이다. 더욱이 야권 연대를 두고 힘겨루기를 펼치는 상황에서 영역을 넓혀야 할 필요도 존재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안 대표 입장에서는 보수 진영과의 단일화 과정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행보가 다소 지나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보수 지지층에 매몰되면서 자칫 중도를 기반으로 한 기존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이른바 ′새정치′에 목소리를 높이며 쌓아올린 안 대표의 정치적 명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박 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안철수 정치의 핵심은 기득권 정치에 반대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한 것인데 그것은 자신의 정치 신념을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배신행위나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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