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화상 정책의원총회가 열렸다.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주당 친문 진영이 어떤 대권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지난 2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화상 정책의원총회가 열렸다.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주당 친문 진영이 어떤 대권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내년 3월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약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친문 진영의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친문 좌장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권 20년론’을 거론했을 정도로 친문의 권력 의지는 매우 강하다. 그러나 차기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 시즌2’를 만들어 현 정권을 이어갈 수 있는 친문 적통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은 친문의 오랜 고민이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과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친문과 척을 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치고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친문이 밀었던 이낙연 대표는 지지율 하락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문 적자’로 꼽히던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댓글 사건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대권 등판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친문이 ‘제3의 후보’ 카드를 띄운다고 해도 대선 판을 흔들만한 파괴력을 보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제3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재‧김두관 의원 등은 한릿수의 지지율을 보이며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재집권 구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친문 진영의 머릿속은 복잡한 상황이다.

친문 홍영표 의원은 28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의 대선 레이스를 보면 현 시점에서 우리 후보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고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저는 제3후보론 자체가 현재는 가상의 후보에 불과하고 4월 서울, 부산시장 선거를 분기점으로 해서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여권의 현 지형에 대해 “그분(이재명)이 계속 뜨고 있으니까 현 정권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겠지”라며 “현 권력에 몸담고 있는 분들도 이재명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자기들 다 쫓겨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수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이낙연 대표는 지지율도 떨어질 뿐더러 친문 진영에서는 별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로 계속 흘러가고 있고 김경수 지사는 사실상 낙마한 것”이라며 “지금 친문 진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후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 현 권력층들을 계속해서 케어해 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 격차가 점차 더 벌어지면서 친문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 격차가 점차 더 벌어지면서 친문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뉴시스

◇ ‘13룡 등판론’ ‘정당집권론’ 솔솔

친문 진영은 여권 내 권력 다툼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대권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친문 진영에서는 ‘13룡 등판론’이 거론됐다. 여권 잠룡들을 모두 링 위에 올려 경선 판을 키우자는 의도다.

‘13룡’으로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 정세균 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이광재‧김두관‧박용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부겸 전 의원,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또 친문 진영은 최근 ‘정당집권론’을 띄우기 시작했다. 정당집권론은 대통령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후보 캠프가 아닌 정당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자는 구상이다. 친문 진영에서 정당집권론을 꺼내든 것은 유력한 친문 주자가 없는 상황이 고려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내각을 독식하지 않고 패배한 후보 측까지 포용하는 ‘연합 내각 구상’도 거론되고 있다.

친문인 김종민 민주당 2020더혁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6일 ‘2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후보캠프가 대선공약을 만들고 대통령직인수위가 국정기획을 주도했던 관행을 ‘민주당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포부”라며 “9월 이후로 예상되는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와 정책 전당대회를 동시에 열어 의결하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위 소속 김영배 의원도 지난달 20일 ‘1차 혁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핵심은 민주당 집권론”이라며 “정당이 안정적으로 정부를 만들고 이끌어서 과거처럼 인물 중심 정치가 아닌 정당 정치의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문이 권력 다툼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겠지만 상황이 자신들 뜻대로 전개되지 않고 계속해서 이재명 지사가 대선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할 경우 결국 이 지사와 손을 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친문이 분화되면서 ‘각자도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근 호남 친문인 민형배 의원이 이재명 지사 지지 선언을 한 것은 친문 분화의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친문은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으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고 자신들이 미는 후보도 인위적으로 띄워도 부상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결국에는 여론의 지지를 상당수 받고 있는 이재명 지사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려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친문이 아직은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지 않았고 많은 변수가 남아있는 만큼 제3의 후보를 얼마든지 띄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대권 플랜’ 구상에 돌입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친문은 여전히 제3후보를 발굴 또는 육성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본다”며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는 충분히 변동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문 진영은 누구든지 제3후보로 (대통령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지율이 높지 않았는데 대통령이 됐던 경험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대통령을 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결국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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