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훈 대구은행장의 신년 초부터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대구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임성훈 대구은행장의 신년 초부터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실적 개선 과제가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은행 내부에서 불미스런 사건까지 터졌다. 대구은행은 최근 직원의 몰래카메라 설치 사건으로 진통을 겪었다. 예상치 못한 잡음으로 임 행장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진 모양새다. 

◇ 실적·신뢰 회복 급한데… 신년, 몰카 잡음으로 불안한 출발 

임성훈 행장은 어느덧 취임 4개월째를 맞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대구은행장에 올랐다. DGB금융그룹은 임 행장을 선임함으로써 지주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주 회장과 행장 분리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임 행장은 올해부터 보다 적극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임 행장은 이달 초 열린 비대면 시무식 행사에 참석해 “2021년 경영목표는 ‘뉴노멀(New Normal), 뉴뱅크(New Bank)’로 언택트 환경 및 코로나와의 동행이라는 새로운 기준 아래 새로운 은행이 되어야 한다”며 총자산 71조원, 당기순이익 2,700억원을 재무목표로 정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다. 대구은행의 작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4% 쪼그라든 2,035억에 그쳤다. 대구은행은 코로나19 장기화와 불확실한 미래 경기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한 바 있다.  

대구은행은 최근 몇 년간 실적이 신통치 못한 곳이다. 2017년 2,941억원 가량이던 순익은 이듬해 2,349억원으로 감소했다. 2019년엔 일회성 비용 감소로 2,82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작년엔 다시 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예대 마진 축소, 지역 경제 침체, 코로나19 여파 등이 실적 부진 배경으로 거론됐다. 

이에 임 행장의 올해 실적 회복 압박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올해 사정도 녹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악재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악화된 업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임 행장은 최근 또 다른 악재까지 마주했다. 내부 은행 직원이 대구은행 본점 여자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최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대구은행 소속 30대 은행원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말 수성동에 위치한 대구은행 내 여성 화장실에 카메라 1대를 설치해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은행 측은 내부 여직원의 신고로 문제 사실을 인지한 뒤, 경찰에 고발 조치를 했다. 

A씨는 현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대구은행은 추후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A씨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신년을 앞두고 터진 몰카 사건은 대구은행을 발칵 뒤집어 놨다. 이 사건은 이달 중순 언론 보도를 통해 외부에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와 금융권에 큰 충격을 줬다. 대구은행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건으로 대외 신인도 관리에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구은행은 2017년부터 각종 잡음에 휘말려온 곳이다. 경영진 비자금 의혹과 채용 비리 논란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켜 지배구조 및 경영진 체제에 큰 변화를 겪기도 했다. 2017년에는 간부 성추문 파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에 대구은행은 최근 몇 년간 신뢰 회복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 및 내부통제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10월엔 임성훈 행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조직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예상치 못한 잡음을 노출하면서 임 행장은 불안한 발걸음을 떼고 있는 모습이다. 과연 임 행장이 이 같은 상황에서 실적과 고객 신뢰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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