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막말 논란과 내부 불협화음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1대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막말 악령’이 1년만에 되살아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당 지도부와 소속 정치인 사이에서도 단일화·가덕도 문제 등 현안에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입장차 조율보다 내부 혼선이 거듭되면서 여권 비판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처지다. 선거전에 당력을 집중하기보다 당장 내부 수습이 관건이 된 모양새다.

◇ ‘후궁’·‘조선족’… 막말 논란 자처

국민의힘은 지난해(2020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과반 의석을 내주는 참패를 당했다. 패인으로 황교안 전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의 리더십과 당 일부 후보들의 세대 비하·세월호 등 막말 파동이 주로 거론됐다. 당시 막말 논란 이후 수도권 지역구 약 50석이 날아갔다는 국민의힘 내부 판세 분석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구성원이 막말로 구설에 오르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입단속’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중차대한 보궐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다시 막말 논란이 역병처럼 번져가면서 21대 총선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지난 총선에서 정권 차원의 지원을 받았다며 “조선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즉각 반발, 법적대응에 나선 것은 물론 민주당 차원에서도 “역대급 망언”이라며 맹공에 나섰다. 고 의원과 장외설전을 벌이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지원사격하려다 부적절한 표현으로 되레 역풍을 맞은 셈이다.

당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조 의원은 지난 28일 “애초 취지와 달리 논란이 된 점에 유감을 표한다”며 “고 의원에게도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특정 세대 비하’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7일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서 자신이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서울 광진을 지역구와 관련 “특정 지역 출신이 많다는 것은 다 알고 있고, 무엇보다 30~40대가 많다. 이 분들이 민주당 지지층”이라고 했다. ‘특정 지역’은 호남 출신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조선족 귀화한 분들 몇만 명이 산다. 양꼬치 거리에”라며 “이 분들 90% 이상이 친(親)민주당 성향”이라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장 경쟁자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페이스북에 “제1야당 후보가 가진 지역 혐오, 세대 혐오, 민족 혐오의 민낯을 보았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의 ‘후궁’ 논란이 벌어진 지 불과 하루만에 오 전 시장의 발언까지 막말로 지목된 것이다. 당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의 말은 정확히 뜯어보면 막말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분이 그런 발언을 했을 때 논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 한심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후궁 발언도 보는 순간 성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게 보인다”며 “조 의원이 만일 남자 의원이었다면 정말 사퇴까지 갈 수 있는 문제 발언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또 “둘 다 민주당이 좋아하는 프레임에 스스로 빠진 것”이라며 “굉장히 경솔했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강당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스마트 안전 도시 서울, 여성범죄 근절 프로젝트' 여성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강당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스마트 안전 도시 서울, 여성범죄 근절 프로젝트' 여성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가덕도·단일화 불협화음 여전

내부 혼선도 악재다. 당 지도부가 가덕도·단일화 문제 등에 교통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공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2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찬성하지 않으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내달(2월) 1일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신공항 관련 당론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찬성 쪽에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호영 원내대표 등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만일 ‘반대’로 당론을 모은다 해도 부산 예비후보들과 지역 정치인들의 반발은 기정사실인 만큼 불협화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가덕도신공항 관련 국민의힘 지도부의 본심이 무엇이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문제도 정리되지 못했다.김종인 비대위원장은 3월 초 논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와 국민의당 전국청년위원회는 지난 26일 성명문을 통해 “우리 청년들은 ‘3자 구도’로는 승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모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야권 단일화로 정권교체를 하자는 국민적 여망을 받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야권 단일화 무산을 가정해 “3자 구도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무성 전 의원도 지난 21일 마포포럼에서 “우리 당이 벌써 오만에 빠졌다”며 “우리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데, 착각에 빠져 우리 당 대표 자격이 있는 사람이 3자 구도 필승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단일화 논의가 교착상태에 놓인 가운데 국민의힘 서울지역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성인 1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서울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전주 대비 5.8%p 오른 32.4%를 기록한 반면,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6.6%p 내린 28.5%로 조사됐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2.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