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단독/특종
[논란의 나주SRF열병합발전소 下] 나주시, 청정빛고을 설립 문제로 3천억 날릴 판
2021. 02. 03 by 최정호 기자 junghochoi5591@sisaweek.com
광주광역시의 쓰레기를 SRF(일반고형연료)로 만드는 시설인 '청정빛고을' 조감도 /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의 쓰레기를 SRF(일반고형연료)로 만드는 시설인 '청정빛고을' 조감도 / 광주광역시

시사위크=최정호 기자  광주광역시의 쓰레기를 원료로 일반고형연료(이하 SRF)를 생산하는 시설인 ‘청정빛고을’의 건립이 무리하게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13년 8월 전남도와 나주시에 “청정빛고을에서 생산된 SRF를 나주SRF열병합발전소에서 사용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해당 지자체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비 1,000억원에 육박하는 청정빛고을을 동년 12월에 착공했다.

나주시와 지역 시민단체들이 청정빛고을에서 생산된 SRF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자,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손실보존비용 약 3,00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계획대로 된다면 나주시민들의 혈세가 특정집단으로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광주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우리(나주시)로부터 나주SRF열병합발전소에 SRF 연료를 받겠다는 동의도 얻지 않은 상태에서 청정빛고을을 지어놓고 손실보전금을 원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 전남도‧나주시, 명확히 입장 표명 했어야

나주SRF열병합발전소는 1일 약 450톤의 SRF가 필요하도록 설계됐다. 2013년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건립 당시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전남도·나주시는 SRF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했는데, 1일 SRF 공급량이 30%를 상회하는 수준 밖에 안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입장에서는 열원 수급에 차질이 생기게 된 셈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광주시의 쓰레기를 SRF로 가공할 경우 필요한 연료 총량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전남도와 나주시에 2013년 8월 1일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광주시는 2013년 SRF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에서 배제됐지만, 원활한 연료 수급을 위해 광주시에서 생산된 SRF를 나주SRF열병합발전소에서 사용하는 것을 허가해 달라”는 내용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광주시에서 생산된 SRF를 나주SRF발전소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2013년 8월 전남도에 요청한 공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광주시에서 생산된 SRF를 나주SRF발전소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2013년 8월 전남도에 요청한 공문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광주시 SRF 사용 허가 요청에 2013년 8월경 답변한 전남도와 나주시의 공문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광주시 SRF 사용 허가 요청에 2013년 8월경 각각 답변한 전남도와 나주시의 공문

이에 대해 전남도와 나주시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2013년 8월 중순 한국지역난방공사 측에 보내는 회신 공문에 △업무협약에 준하여 처리할 것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건립에 최선을 다해 줄 것 등으로 답변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전남도와 나주시의 이 같은 답변을 ‘허가’로 해석해 청정빛고을 사업을 진행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나주시와 전남도의 SRF를 무상으로 공급 받아 나주SRF열병합발전소에서 열원으로 사용하지만, 청정빛고을의 SRF는 톤당 1만8,000원을 주고 매입하는 사업 방식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청정빛고을 사업 구상, 제동 걸린 '포스코건설' 

청정빛고을에서 생산된 SRF를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매입하는 것은 광주시가 SRF 처리시설을 건립할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정빛고을은 947억원이 투입된 시설로, 이 중 453억원은 국비로 조달됐다. 나머지 비용은 광주시(25%), 한국지역난방공사(16.9%), 포스코건설 컨소시엄(9.3%), KB자산(49.1%)이 지분을 출자했다. 지분 출자 총액은 247억원이며, 남은 247억원에 대해선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KB자산 및 시중은행 등에 대출 받아 공사비를 충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정빛고을은 2016년 준공 당시 연간 21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또 광주시는 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연간 90억원을 들여 청정빛고을에 위탁하기로 한 사실도 드러났다. 즉 청정빛고을 시설 하나로 SPC(특수목적법인)는 15년간 누적 수익 4,500억원 이상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 시설은 포스코건설이 15년간 사용 후 광주시에 기부채납하기로 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청정빛고을에서 생산된 SRF를 나주SRF열병합발전소에서 사용하는 것을 해당 지자체가 허가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시설을 설립한 것은 문제라는 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청정빛고을은 2017년 1월부터 13개월간 가동된 후 현재는 중단됐다. 당시 생산된 SRF는 장성군 물류 시설에 쌓여 있다. 청정빛고을 관계자는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불가항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SRF 생산을 중단한다고 통보해 가동을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입장도 난처해졌다. 누적 수익 4,500억원을 예상하고 청정빛고을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정작 나주SRF열병합발전소로 SRF를 공급하지 못하면서 수익이 나지 않자 배당에 차질이 생기게 된 것이다. 청정빛고을에서 생산된 SRF를 나주SRF열병합발전소로 공급하지 못하게 될 경우,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지역 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 출자로 투자한 23억원은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KB자산 및 시중은행 등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368억원에 대한 반환도 이뤄져야 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재무구조가 탄탄한 포스코건설이 (대출금) 60%의 책임을 지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한 지역 건설사들은 유동성이 열악해 도산할 위기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청정빛고을(포스코건설)은 한국지역난방공사를 상대로 ‘광주 SRF 연료 수급 불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가동 반대 집회에 참여한 나주시민들 모습 / 나주 시민단체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가동 반대 집회에 참여한 나주시민들 모습 / 나주 시민단체

◇ 한국지역난방공사, 손실보전 비용 3,000억원 요구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나주SRF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지 못할 경우 나주시를 상대로 총 9,000억원 규모의 손실보전 비용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억원 규모의 발전소 건립비용과 시설 가동시 발생 수익을 계산해 산정한 액수다. 이 중 3,000억원은 청정빛고을에 대한 손실보전 비용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청정빛고을에 대한 손실보전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는 민관거버넌스(협의체)의 합의서에 있다. 

앞서 나주 시민 대표와 나주시·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은 2017년 민관거버넌스(협의체)를 구성, 나주SRF열병합발전소 운영에 관해 협의를 진행하고 합의서를 도출한 바 있다. 합의서에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가동시 열원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측은 이 조항을 근거로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가동을 압박하고 있다. 만일 나주SRF열병합발전소가 정상 가동되지 않을 경우, 해당 조항을 이행하지 못한 데 따른 손실비용을 나주시에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민관거버넌스에 참여한 시민 대표(범대책위원회)는 지난해 20차 거버넌스 협의를 끝으로 탈퇴했는데, 3,000억원 규모의 청정빛고을 손실보전 비용을 나주시가 지불하는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특히 해당 조항에 따라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나주SRF열병합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연료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발전소가 정상 가동될 경우 공사 측은 포스코건설 컨소시엄과 함께 출자해 만든 청정빛고을에서 연료를 공급받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손실보전비용을 두고 김석연 변호사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거버넌스 협의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소송 등을 진행할 경우 한국지역난방공사 측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거버넌스 협의를 해지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진다면 3,000억원의 손실보전비용을 나주시가 부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나주 지역 시민단체는 최근 환경부‧나주시‧광주광역시 등을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민단체는 나주SRF열병합발전소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다는 의문과 함께, 광주시가 건립한 청정빛고을에 대한 손실보전금 배상을 반대해 감사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사위크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