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재작년 이맘때 친구와 통인시장 ‘엽전 도시락’을 먹기 위해 서촌에 갔다. 통인시장 엽전 도시락은 시장 내 엽전 구매처에서 엽전을 구입하면, 가맹점에서 먹거리를 골라 ‘도시락카페 통(通)’에서 이용할 수 있다.

도시락을 먹고나서는 서촌의 오래된 골목 구석구석을 구경했고, 저녁 무렵에는 자그마한 이자카야에서 따끈한 오뎅탕과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지금까지도 서촌과 통인시장은 기자에게 ‘재밌는 곳’ ‘또 가고싶은 곳’으로 기억된다.

이런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 이유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때문이다. 유통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복합쇼핑몰의 월 2회 의무휴업 규제 등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앞서 지난 2012년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을 대폭 강화했다. 전통시장 반경 1km를 ‘전통상업 보존구역’으로 지정하고, 면적 3,000㎡ 이상 규모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신규 출점을 금지했다. 월 2회 휴업을 의무화하는 등 영업시간도 제한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이런 규제를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에도 적용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복합쇼핑몰에는 스타필드와 롯데몰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복합쇼핑몰을 주로 이용하는 20~30대 젊은층들의 반응이 싸늘하다. 특히 개정안의 취지가 ‘전통시장·골목상권 보호’라는 점을 두고 “스타필드 쉰다고 전통시장에 갈 것 같느냐” “지금 대형마트 문 안 연다고 시장에 가느냐”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 ‘공휴일에 대형마트가 영업하지 않아 전통시장을 방문했다’는 응답 비율은 8.3% 수준에 불과했다. 또 복합쇼핑몰도 공휴일에 의무적으로 휴업하는 영업 규제를 신설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43.9%)가 찬성(40.5%)보다 많았다.

물론 복합쇼핑몰 내에 입점해있는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휴식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법 개정 취지를 ‘전통시장·골목상권 보호’로 내세웠다는 점은 ‘시대 역행 발상’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처음 시작되던 2012년과 2021년 현재를 비교하면, 유통업계가 돌아가는 형태는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는 잠 자고 일어나면 전날 밤 주문한 물건이 현관 앞에 배달돼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서 진정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아 숨쉬게 하려면, ‘쇼핑몰 쉬는 날=전통시장 간다’는 공식을 앞세울 게 아니라, 전통시장을 ‘가고싶은 곳’ ‘가야만 하는 곳’으로 만드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게 먼저다. 통인시장이 ‘또 가고싶은 곳’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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