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 7종 중 6개 차종 전부 디젤… 제타만 가솔린
정부 디젤 규제와는 180도 다른 행보… 소비자 요구 외면
폭스바겐 타 브랜드는 ‘독일 생산 가솔린차’ 국내 판매

/ 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이 지난달 29일 한국 시장에 출시한 콤팩트 SUV 티록. 티록은 디젤 모델만 국내에 들어왔다. / 폭스바겐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폭스바겐이 한국 시장에 신차를 줄줄이 출시하며 ‘수입차 대중화’를 선언했으나, 정작 소비자들 사이에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폭스바겐코리아가 국내에 도입한 신차리스트를 살펴보면 준중형 세단 제타를 제외한 전 차종이 디젤 모델만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 측의 이러한 신차 도입 정책을 두고 “한국 정부의 디젤 규제 및 저공해 차량 확대 기조에 맞지 않고, 타 수입차 브랜드의 디젤 차량 축소와도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이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모델은 세단 △제타 △파사트GT △아테온 등 3종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티록 △티구안 △티구안 올스페이스 △투아렉 등 4종으로 총 7종이다. 해당 차종들 중 가솔린 모델은 제타 단 1종뿐이다. 나머지 6종은 모두 디젤 모델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최근 한국 정부의 ‘디젤 규제’로 인해 가솔린 모델이나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지난해 12월 수입 승용차 등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판매된 수입차 27만4,859대 중 절반 이상인 14만9,006대(54.2%)가 가솔린 모델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수입 디젤 모델은 7만6,041대(27.7%)로 가솔린 모델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디젤 모델의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이유로는 과거 디젤게이트(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 여파 및 환경 규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5년 폭스바겐그룹은 계열사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것이 발각돼 전 세계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의 과징금과 판매 중단 등의 철퇴를 맞았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유럽 국가들과 한국 등 다수의 국가에서는 그간 추진하던 ‘클린 디젤’ 정책을 폐기했다.

이후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는 가솔린 또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이로 인해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한때 판매 비중이 68.8%(2015년 16만7,925대)에 달하던 디젤차는 점점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했고, 결국 판매량 및 시장점유율이 급감했다.

폭스바겐이 국내에 새롭게 출시한 중형 세단 파사트. 공교롭게 한국 시장 출시 직후 미국에서는 파사트 모델이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 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이 국내에 새롭게 출시한 중형 세단 파사트GT. 공교롭게 한국 시장 출시 직후 미국에서는 파사트 모델이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파사트GT는 북미형 모델이 단종되면서 국내에는 유럽형 모델인 디젤만 출시됐다. / 폭스바겐코리아

이러한 상황 속에도 폭스바겐코리아는 디젤차 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 12월 중형 세단 파사트GT가 디젤 모델만 국내에 출시된 것에 대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디젤 재고떨이’라는 비판여론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폭스바겐은 디젤 모델인 콤팩트 소형 SUV 티록을 지난달 말 국내에 출시했다. 

폭스바겐 측의 이러한 태도는 정부 정책과도 엇박자 행보인데다, 소비자들의 요구나 니즈도 외면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디젤 모델만을 국내에 출시하는 점에 대해 ‘재고떨이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일부 보도에서 지적하는 재고떨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유럽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모델을 한국에 수입해 판매하는 것이 어떻게 재고떨이라고 할 수 있냐”고 말했다.

이어 디젤 모델만 출시한 점에 대해서는 “국내 배출가스 등 환경인증 기준이 가솔린은 미국 기준을 따르고 디젤은 유럽기준을 따르는데, 유럽 생산 가솔린 모델은 인증을 통과하기가 까다롭다”며 “향후 시장조사를 거쳐 가솔린 모델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폭스바겐코리아 측의 설명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미 주요 유럽 자동차 브랜드가 국내에 도입해 판매하는 많은 가솔린 모델이 독일을 비롯한 유럽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수입차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에 도입해 판매 중인 가솔린 모델의 대부분은 독일이나 헝가리 등 유럽에서 생산한 모델이다. 국내에 판매되는 벤츠의 가솔린 모델은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동일 모델과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다. 즉, 유럽에서 생산한 가솔린 모델이 국내 인증을 통과하기 까다롭다는 해명은 이해하기가 힘든 구석이 존재한다. 벤츠는 다수의 모델을 유럽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GLB(멕시코) △C클래스 (남아공) △GLE·GLS(미국) 등 4종의 차량이 유럽 외 국가에서 생산된다.

폭스바겐그룹 내 다른 브랜드의 국내 판매 가솔린 모델도 대부분 독일을 비롯한 유럽 시장에서 판매된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를 꾸준히 행하고 있는 폭스바겐그룹 내 타 브랜드의 세단 모델 7종은 대부분 독일 네카줄름 공장이나 잉골슈타트 공장에서 생산되고, 해당 모델들은 유럽 및 글로벌 시장에 공급된다. 동 그룹의 스포츠카 브랜드도 독일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국내에 도입해 판매 중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향후 전기차 등 전동화 모델 개발 및 전환을 위해 2030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폭스바겐이 국내에 디젤 모델 중심의 판매를 펼치는 데에는 그간의 주력 모델이 디젤 모델에 치우쳐 있어서 해당 모델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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