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일 하나제약 명예회장이 삼진제약 지분을 5% 이상 확보한 가운데, 그 배경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조경일 하나제약 명예회장이 삼진제약 지분을 5% 이상 확보한 가운데, 그 배경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조경일 하나제약 명예회장이 삼진제약 지분 보유를 5% 이상 늘려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밝히고 있지만, 삼진제약의 지분구조 현황과 맞물려 여러 추측 및 가능성이 제기된다.

◇ 2세 승계 시동 건 삼진제약… 하나제약은 왜?

지난 2일, 조경일 하나제약 명예회장은 삼진제약 지분을 5.01% 보유 중이라고 최초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조경일 회장은 삼진제약 지분 1.51%를 보유 중이고, 장남인 조동훈 하나제약 부사장이 0.29%, 차녀인 조예림 하나제약 이사가 1.44%, 부인인 임영자 씨가 0.43%, 첫째사위인 강성화 씨가 0.03%, 그리고 하나제약이 1.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경일 명예회장이 이 같은 공시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달 말 첫째사위가 삼진제약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특수관계인 합계 지분이 5%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조경일 명예회장 측이 언제부터 삼진제약 지분을 보유하기 시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하나제약은 지난해 1분기보고서부터 삼진제약 지분 보유 사실을 기재해왔다. 

조경일 명예회장은 이번에 지분 보유 사실을 공시하면서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삼진제약의 지분구조 및 최근 행보와 맞물려 여러 추측 및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하나제약은 삼진제약보다 규모가 더 작은 곳이다. 2019년 기준 연간 매출액은 하나제약이 1,600억원대, 삼진제약은 2,400억원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하나제약은 335억원, 삼진제약은 448억원이었다.

제약업계 내에서 이처럼 단순투자 목적으로 다른 제약사 지분을 보유하는 일은 결코 흔치 않다. 반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사례는 존재한다. 녹십자가 2014년 일동제약 지분을 확대하며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해 적대적 M&A를 시도한 바 있다. 

조경일 명예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삼진제약의 지분구조 현황 및 최근 변화다.

삼진제약은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공동창업한 제약사이며, 두 사람은 지금껏 50년 넘게 동업자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다만, 지배력이 확고하다고 보긴 어렵다. 최대주주인 조의환 회장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12.85%의 지분을 확보 중이고, 최승주 회장도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두 사람이 확보하고 있는 지분을 합쳐도 20% 초반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80대에 접어든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은 지난해부터 나란히 승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의환 회장은 지난해 4월과 5월 장남 조규석 상무 및 차남 조규형 이사에게 삼진제약 주식을 증여했다. 조규석 상무와 조규형 이사는 앞서 삼진제약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었다. 

최승주 회장 역시 지난해 5월 장녀 최지현 전무와 차녀 최지윤 상무, 그리고 이들의 남편 및 자녀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삼진제약 주식을 증여했다. 차녀 최지윤 상무의 경우, 지난해 삼진제약에 입사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조의환 회장 일가와 최승주 회장 일가는 분쟁 양상 없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두 공동창업주의 2세들이 현재까지 확보한 지분은 비슷한 수준이다. 최지현 전무가 2.45%(34만여주)로 가장 많고, 조규석·조규형 형제는 각각 1.26%(17만5,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지윤 상무의 지분은 0.86%(12만주)다. 

조경일 명예회장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삼진제약 지분을 5% 이상 확보했다. 이는 삼진제약의 현 상황에 비춰봤을 때 무척 의미심장하다. 만약 조의환 회장 일가와 최승주 회장 일가가 2세 승계 과정에서 분쟁을 겪을 경우, 조경일 명예회장이 보유 중인 지분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어느 쪽과 손을 잡든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진제약 지분을 손에 쥔 조경일 명예회장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