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정상간 통화를 가졌다. 양 정상은 한미동맹 강화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이 때문인지 청와대는 이날 정상통화에 대해 “업그레이드 된 한미동맹”이라고 자평했다. 

◇ 한미정상, 포괄적 전략동맹 발전 강조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25분부터 57분까지 32분간 전화통화를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14일만에 이뤄진 한미 정상 통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양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한미가 역내 평화·번영의 핵심동맹임을 재확인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동맹으로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넘어 민주주의·인권 및 다자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한미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포괄적 전략동맹은 2009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격상됐다. 포괄적 전략동맹이란 두 나라의 협력 관계를 군사·안보 차원을 넘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한국을 ‘군사·안보적 전략지역’으로만 간주하지 않고, 더욱 긴밀해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에 이날 통화에서도 양 정상이 안보문제 뿐 아니라 기후변화, 코로나19 대응, 세계 경제, 미얀마 상황 등을 두루 논의한 것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2019년 6월 말 한미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한미 동맹은 안보뿐 아니라 경제와 지역, 글로벌 이슈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며 “역내 평화와 안정,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동맹이 업그레이드됐다고 평가하는 건 핵심동맹, 책임동맹, 포괄적 전략동맹과 함께 기후 변화와 같은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호혜적 협력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라며 “오늘 통화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측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 포괄적 전략동맹, 이번엔 완성될 수 있을까?

그간 포괄적 전략동맹은 지난 2009년 이후 한미 고위급 소통 시 자주 언급돼왔지만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때부터 이어져온 미중 갈등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전통적인 인도·태평양 외교 정책은 주변국과 공조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또한 비전통적인 외교 정책을 펼치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인도태평양 동맹 중심의 대중국 견제 정책)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통화를 통해 전 분야에서 한국과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한미정상통화에서 미얀마의 쿠데타 사태가 거론된 것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주의를 대외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대중 견제를 강화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미얀마 사태가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얀마의 현 사태를 계기로 동맹국과 힘을 합치겠다는 의지를 먼저 밝혔을 가능성이 나온다.

결국 미중 갈등 국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의 동맹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공조가 필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측에게 ‘포괄적 전략동맹’을 다시금 언급한 것이다. 즉, 미중 갈등으로 인해 한국은 이전에는 완성하지 못했던 한미의 ‘포괄적 전략동맹’을 실질적으로 완성할 기회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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