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5일 당 전 대표 및 의원들을 만나 당 쇄신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당 대표 성추행으로 위기를 맞은 정의당이 쇄신에 방점을 찍고 부심하고 있다. 갈라진 당심을 수습하고 진보정당으로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 이를 대표할 지도부 구성 등이 과제로 꼽힌다.

5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당 전직 대표 및 의원들을 만나 당 쇄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쇄신안 마련을 위한 각계 의견 청취의 일환이다. 오는 4월 보궐선거 무공천을 결정하며 당 쇄신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만큼 노를 젓는 분위기다.

사건이 불거진 뒤 정의당은 ‘뼈를 깎는 쇄신’을 공언했다. 절체절명 위기에서 뿌리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이유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당의 초기 대응과 수습 기조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화의 방향도 제시됐다. 무엇보다 진보정당으로서의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이번 사태 해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 과거 ‘조국 사태’에서부터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 논란 등으로 이어진 오랜 침체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 사건으로만 볼 것이 아니고 진보정당의 새로운 비전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간 정의당은 사태가 불거질 때면 당원들의 대규모 탈당 사태로 이어졌다. 이같은 상황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당 대표 성추행 사건 직후 정의당 당원 게시판에는 탈당하겠다는 글이 쏟아졌다. 여기에 최근 류호정 정의당 의원 ‘비서 면직’ 논란도 불길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이렇다 보니 비대위를 필두로 혼란스러운 당심(黨心) 수습에 적잖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역위원회, 청년위원회 등과 다양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정의당 관계자는 “지금 당원 간담회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며 “서로의 마음과 생각이 다르니까 터놓고 이야기 하자는 전당적인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의 앞에는 새로운 진보가치와 세대교체라는 과제가 떠오르고 있다. /뉴시스

◇ ‘완전한 세대교체’·‘진보가치 재정립’ 필요

정의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계기로 반등의 모멘텀을 기대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사실상 그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됐다. 당내에서는 이에 대한 아쉬움도 역력하다. 정의당 관계자는 “오랫동안 당이 침체되고 의기소침했는데 중대재해법 하면서 나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터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당내 누적된 혼란을 수습할 새 지도부 구성이 주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건이 불거진 뒤 정의당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TF 구성, 외부 기관 실태조사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임시체제인 비대위가 이 역할을 끝까지 수행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실상 차기 지도부의 역할이 막중한 셈이다. 비대위 역시 이를 중점적으로 고심하는 상황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비대위의) 가장 중점은 보궐선거를 안 나가기로 했으니 새 지도부를 구성해 지도부에게 과제를 이양하는 것”이라며 “(당의 전체적인)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체제를 만드는 게 중요한지 그런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답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설 직후 정도면 뭘 해보자 하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모아가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역시 이번 사태를 통해 당이 전면적인 혁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완전한 세대교체와 진보의 가치를 재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전의 무조건 ‘노동’, ‘여성’ 이런 것이 아닌 새로운 시대에 맞는 다양한 공간에서 진보의 가치를 그때그때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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