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재건축‧재개발 불가능… 졸속 추진 가능성 높아
정부가 나서서 아파트 투기 조장하는 꼴, 공공임대 늘려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최정호 기자  정부가 4일 발표한 ‘공공주도 3080’ 정책에 여론이 좋지 않다. 졸속 개발 추진 우려와 투기를 조장할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재건축‧재개발은 10년 이상 소요된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25년까지 토지를 매입하고 아파트를 짓고 입주를 시작한다는 것인데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도심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정부의 주장이 오히려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토지를 공급해주면 소유주들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아파트 값은 비쌀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아무리 특혜 줘도 4년 안에 아파트 못 짓는다

정부는 직주근접(직장과 집이 가까운)에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으로 △역세권 △준공업 지역 △저층주거 지역의 부지를 확보하고 아파트 용적률을 높여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지역들은 택지비가 비싸며, 이미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정부는 ‘발생하는 많은 이익을 함께 공유하겠다’며 토지주로부터 개발 사업에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2025년까지 공급이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라며 “토지 수용과 토지 수요자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사업 시간이 길어지며 83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이 규모에 얼마나 많은 토지주들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다”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10년 이상 소요된다. 구축 아파트 소유주들의 동의를 받고 관리처분 신청하고 분양가 승인을 받은 후 시공하는데 만만치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관에서 개발하는 것이라 행정 지원이 뒷받침 돼 시간이 단축되지만 4년 만에 진행하는 것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시행사(아파트)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인터뷰에서 “토지만 있다면 4년만에 아파트 짓고 입주까지 가능하다”며 “정부의 재건축‧재개발은 토지 매입이 관건인데 소유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정부가 예측한대로 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개발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모습. / 뉴시스
재개발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모습. / 뉴시스

◇ 정부가 투기 조장하는 아파트 만들겠다는 꼴

직주근접 지역은 신축과 구축 아파트 모두 비싼 가격에 팔린다. 이 지역에 신축 아파트를 짓고 용적률을 높인다면 부르는 게 값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원 토지 소유주에 대해 적절한 배상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아파트값이 비싸질 것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정부가 공급하는 아파트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택지비 등으로 서민들이 분양가를 감당하기에는 만만치 않다. 청약에 당첨된다 하더라도 분양가를 치루지 못해 청약권을 되파는 경우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공급하는 아파트가 투기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경제의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서울 도시 주거환경을 파괴하는 역대급 투기 조장 토건 개발 대책이 나온 것”이라면서 “서민 주거안정은커녕 집값을 더 올리고 토지주, 공기업, 건설사, 투기 세력 등 막대한 특혜만 안겨줄 ‘특혜 보따리’뿐인 대책을 취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공급량보다는 어떤 주택을 공급할 것인가 우선시 돼야

정부가 발표한 ‘공공주도 3080’의 핵심은 ‘주민 삶의 질 관점에서 획기적으로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좋은 입지 조건의 아파트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보도자료 ‘공공주도 3080’이 게재된 게시판에 한 누리꾼은 “실수요와 투기를 구분해 주세요”라며 “한 세대 모두가 전월세를 전전하는 실수요자인데 아파트값 폭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들고 마음이 아프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재개발 1세대를 명확히 해주세요”라면서 “1세대에 해당해서 나가라고 하고는 집 입주권을 안주고 팔아도 제값 못 받고 가족 모두 길거리에 나아야 할 판”이라고 토로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부가 2025년에 공급 예정인 아파트의 70~80%는 분양 주택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 공급이 필요한데 시세보다 저렴하지 않으면 중산층 서민들이 구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박효주 간사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평생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 공급 대책에는 거론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정책이 투기를 억제할지는 미지수이며 이익 공유제를 일부하겠다고 했는데 시세보다 저렴하지 않은 이른바 ‘로또 분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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