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안정감 갖춘 차량… 파워풀은 글쎄

혼다코리아
뉴 CR-V 하이브리드 4WD 투어링 전면부. / 혼다코리아

시사위크|해남=제갈민 기자  혼다 브랜드의 지난해 국내시장 성적표는 다소 부진했다. 전반적으로 모든 차량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일본 자동차를 비롯한 일제 불매운동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혼다코리아는 국내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뉴 CR-V’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했다. 뉴 CR-V 하이브리드가 혼다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혼다코리아 측에 따르면 뉴 CR-V 하이브리드는 경제성과 파워풀한 성능을 모두 잡은 모델이다. 혼다 측이 자신 있게 강조하는 만큼 제원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뉴 CR-V 하이브리드의 국내 공인 복합연비는 14.5㎞/ℓ 수준이다. 도심은 15.3㎞/ℓ, 고속도로는 13.6㎞/ℓ다. 연비는 준수한 수준이다. 출력은 2개의 모터가 최대출력 184마력(ps), 최대토크 32.1㎏·m을 발휘하고, 여기에 145마력·17.8㎏·m의 힘을 내는 2.0ℓ i-VTEC 앳킨슨 사이클 엔진이 2모터 시스템을 보조해 최고 215마력을 뿜어낸다.

전반적으로 연료효율이나 출력 등의 시스템상 제원은 동급 준중형 SUV의 가솔린이나 디젤 모델 대비 높은 수준을 나타낸다.

혼다코리아는 뉴 CR-V 하이브리드의 성능과 효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지난 5일, 전라남도 영암군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국제자동차경주장, 이하 영암서킷)에서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시승 차량은 뉴 CR-V 하이브리드 4WD 투어링 모델이다. 시승은 영암서킷에서 먼저 3바퀴 돌며 전기(EV)모드와 하이브리드모드, 스포츠모드 등의 느낌을 느껴본 후 도심주행에 나섰다. 도심 시승코스는 영암서킷부터 해남군에 위치한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까지를 왕복하는 구간이다. 영암서킷 주행을 포함해 총 시승 거리는 210㎞다.

/ 제갈민 기자
뉴 CR-V 하이브리드 실내 1열. 계기판 위 헤드업디스플레이를 사용하지 않을 시에는 내려둘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 탑승자 편의성 고려한 설계, 수납공간 넉넉… 2열 시트, 보완 필요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외관 디자인 및 실내 인테리어를 살펴보면 혼다 측이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외관 디자인은 과하지도 밋밋하지도 않다. 혼다의 패밀리룩을 잘 녹여냈으며, 크롬을 전·후·측면에 적절히 사용해 입체감과 세련미를 더했다. 또 전방 상황을 인지해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인 ‘혼다센싱 레이더’를 전면 라디에이터그릴 중앙 혼다 엠블럼 아래에 위치하도록 설계해 정확성을 높였다.

혼다센싱과 전면 유리 윗부분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와 저속 추종 장치(Low Speed Follow)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 △차로 이탈 경감시스템(RDM) △오토 하이빔(Auto High beam) 등을 작동한다.

또 우측 사이드미러 하단에는 소형카메라 렌즈를 장착해 우측 방향지시등을 점등하면 실내 중앙 스크린에 우측편의 상황을 나타낸다. 우측차로 변경이나 우회전 시 사각지대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실내는 전반적으로 모던하다. 1열에서는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 기어노브 대신 버튼식 기어를 배치해 센터페시아 조작을 편리하게 한 점이 부각된다. 여기에 온·오프가 가능한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와 3가지 타입으로 변형할 수 있는 콘솔박스를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 제갈민 기자
1열 센터콘솔. 수납공간이 넉넉하다. 사진은 콘솔 덮개를 뒤로 젖혀둔 확장 형태 모습. / 제갈민 기자

콘솔박스 덮개를 전부 덮으면 컵홀더 뒤편부터 1열 팔걸이 아래까지 물건을 얹어둘 수 있다. 앞쪽 덮개를 뒤로 밀면 아래에 수납공간을 활용할 수 있으며, 밀어둔 덮개를 뒤로 젖히면 부피가 큰 물건도 수납이 가능하다.

센터페시아 조작은 직관성을 높였다. 주행 중에도 종종 작동하는 시트 열선, 공조기 작동, 공기 내외부 순환, 전후면 유리 열선 등은 버튼 및 다이얼 방식으로 설계했다. 비상등도 센터페시아 최상단 중앙에 배치했다. 스마트폰 블루투스 및 안드로이드오토·애플카플레이 연결은 센터페시아 스크린에서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메인화면에서 조작할 수 있도록 해 편리함을 더했다.

스티어링 휠 왼쪽부분에는 휴대폰 전화통화 버튼과 계기판 정보표시 변경, 음량조절 등이 위치해 있다. 오른쪽에는 스티어링 휠 열선과 크루즈컨트롤·차로유지·차간거리 유지,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정보표기 조작 버튼이 위치해 있다. 직관적이다. 또한 계기판 좌측 하단부에는 HUD 온오프 및 높낮이 조절, 주차 시 장애물 감지센서, 차로이탈 보조장치, 트렁크 개폐 등 버튼이 위치해 있다. 그 아래에는 작은 수납공간이 설치돼 있다.

전반적으로 조작이나 수납은 편리하다. 단, 계기판의 한글패치가 100% 이뤄지지 않아 뉴 CR-V 하이브리드를 처음 접하는 일부 소비자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 보인다.

/ 제갈민 기자
뉴 CR-V 하이브리드 2열. 우측 시트를 접어뒀다. 센터콘솔 뒤편에 턱이 없어 가운데 좌석 탑승객도 크게 불편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제갈민 기자

2열과 적재함 공간도 넉넉하다. 운전석 시트를 실제 주행 당시에서 조절하지 않고 운전석 뒤 2열에 앉았을 시 다리를 조금이나마 뻗을 수 있었다. 운전석 시트와 무릎 사이 간격은 주먹 2개 이상이 더 들어가는 정도다. 머리 위 공간(헤드룸)도 불편함이 없었다. 그럼에도 2열 시트는 그리 편하지 않았다. 2열에 탑승할 시 무릎이 편안하게 펴지지는 않는다. 표현하기 힘든 불편함이 있다. 2열 시트를 조금 더 높게 하거나 발판 부분을 깊게 설계했다면 조금은 더 편할 듯하다. 등받이 각도도 다소 세워져있다.

2열 편의사양으로는 1열 시트 사이 콘솔박스 후면에 2.5A USB 단자가 2개와 송풍구가 설치된 점, 좌우 도어에 열선시트 작동버튼 등이 있다.

트렁크 공간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좁게 느껴지지 않았다. 트렁크 안쪽 좌우 측에는 2열을 앞으로 접을 수 있는 레버가 위치해 있다. 2열 시트는 좌우 6대4 비율로 접을 수 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훨씬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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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CR-V 하이브리드 4WD 투어링 코리아인터네셔널서킷 주행 모습 / 혼다코리아

◇ ‘독특한 주행질감’ 호불호 갈릴 듯… 고속주행 속도감은 크지 않아

이어 주행에 나섰다. 주행은 먼저 영암서킷에서 테스트드라이빙을 진행했다. 영암서킷을 주행하는 동안 혼다코리아 측은 계기판에 표시되는 전력배분을 강조했다. EV모드 주행 시에는 구동력이 전부 전기모터에서 전·후륜 바퀴로 전달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에서 각 바퀴로 구동력이 전달되는 것은 파란색 화살표로 표시했으며, 브레이크를 밟거나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배터리 쪽으로 회생제동이 되는 것은 초록색 화살표로 나타냈다.

본격적으로 공도 시승에 나서자 방음이 다소 부족해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풍절음과 노면소음, 모터작동음 등이 실내로 그대로 유입됐다. 저속으로 달리면 모터작동음이 작지만 실내 탑승객에게 들려왔으며, 고속으로 주행 시에는 풍절음과 노면소음을 걸러내지 못했다. 이중접합유리나 방음 및 흡음재를 넉넉히 사용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암서킷에서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까지 구간은 고속화도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저속부터 고속영역까지 가속도와 고속주행 성능을 테스트하기에는 적당했다.

저속에서 약 100㎞/h 이하 정도까지는 무난한 가속력을 보였다. 40㎞/h 이하의 저속구간에서는 모터만을 이용하는 EV모드로 주행이 가능하며, 40㎞/h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하이브리드모드로 전환된다. 주행모드가 EV에서 하이브리드로 전환될 때 느낌은 크지 않다. 주행을 하다보면 어느샌가 하이브리드모드로 주행을 하고 있다. EV모드가 꺼진 것도 느끼기 힘들다.

또한 e-CVT 덕분에 변속충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무단변속기의 장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이 도리어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은 급가속을 행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더 깊이 밟는 경우 기어가 한 단 내려가는 다운시프트가 발생하며 엔진회전수를 급격히 높이며 가속력을 뿜어낸다. 그러나 뉴 CR-V 하이브리드는 급가속을 행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음에도 다운시프트는 이뤄지지 않았고, 가속은 더뎠다.

이러한 주행질감은 호불호가 크게 나뉠 것으로 보인다. 변속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하이브리드모드가 EV모드와 소음부분에서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점 등은 장점으로 부각되지만,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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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CR-V 하이브리드 4WD 투어링 후면. / 혼다코리아

그나마 스포츠모드에서 고속주행을 행할 시 X영역 중후반까지 속도를 높여갔다. 답답하지는 않지만 폭발적이지도 않았다. 또 100㎞/h 이상의 고속주행에서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안정감이 느껴졌다. 보통 준중형급 SUV가 X영역 중후반대까지 주행속도를 높일 시 속도감이 크게 느껴져 안정감이 떨어지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주행 간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과 차로 유지 보조시스템, 차로이탈 경감시스템 등은 적절히 작동했다. 크루즈컨트롤 속도를 80㎞/h로 맞추더라도 앞차와 간격을 설정해둘 시 간격이 좁아지면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면서 속도를 낮춰 주행한다.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도 적절한 타이밍에 개입을 해 전방 차량의 긴급제동에도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210㎞ 시승을 마친 후 트립 상 평균 연비는 13.2㎞/ℓ를 기록했다. 고속도로 공인연비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X영역 후반까지 수차례 가속을 행한 점 등을 감안하면 준수한 연비다. 함께 시승을 행한 다른 매체 기자들도 보통 13∼15㎞/ℓ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연비를 고려해 급가속을 지양하고 EV모드와 하이브리드모드를 적극 활용한다면 16㎞/ℓ 이상의 연비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혼다 뉴 CR-V 하이브리드의 직접적인 경쟁모델은 가격과 연비, 출력 등이 비슷한 토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다. 뉴 CR-V 하이브리드가 국내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라브4 하이브리드의 파이를 빼앗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뉴 CR-V 하이브리드가 경쟁 모델 대비 뛰어난 점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필수로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같은 소극적인 마케팅을 생각하고 있다면 올해도 판매량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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