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열린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 통합 문제에 대해 소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열린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 통합 문제에 대해 소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후보단일화와 ‘국민의힘-국민의당’ 통합 문제로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범여권에서도 단일화‧통합 논의에 시동이 걸리면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사이에 오가고 있는 범여권 단일화‧통합 논의는 아직 일부 후보들간 협의 수준에 그치고 있어 당 차원의 논의가 점화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민주당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출마한 우상호 예비후보가 ‘단일화‧통합’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7일 열린민주당 정봉주 예비후보와 양당 통합을 전제로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 두 후보는 합의문에서 “통합을 전제로 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다”며 “양당 당헌·당규에 따라 지도부 결정과 전 당원 투표를 통해 통합 절차를 추진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우상호 후보는 지난달 12일에도 열린민주당 김진애 예비후보와 범여권 후보 단일화 추진에 합의한 바 있다.

우상호 후보는 8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후보단일화와 함께 통합론을 제기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물리적으로 선거 전에 통합이 어려우면 양당 지도부가 통합 선언이라도 하면 후보 단일화 효과가 높아진다”며 “그럴(야권의 후보단일화 성공) 경우에 우리 당 지지층들이 ‘어 지는 것 같은데’ 하고 멘붕이 온다. 범진보 진영을 선결집시켜 놓는 작업을 지금 해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이 ‘단일화‧통합’ 이슈 띄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친문 지지층의 지지를 끌어와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영선 예비후보에 뒤지고 있는 열세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후보단일화 문제의 경우 후보들 차원의 논의에 맡겨두고 관망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통합론에 대해서도 선을 긋고 있다. 후보단일화는 통상 민주당이 주도해왔던 이슈였다. 민주당은 총선과 대선 등 정국의 향배를 가르는 주요 선거에서 후보단일화 이슈로 열세 국면을 타개해왔다.

◇ ‘중도층 공략’ ‘대선 정국 활용 카드’?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에서 정당 지지도가 국민의힘에 뒤지고 있음(8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단일화 문제는 물론이고 통합론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8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에는 주목을 하고 있다”면서도 “당대당 통합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통합 문제는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가 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 같은 반응을 보이면서 당 안팎에서는 후보단일화 문제의 경우는 후보들 간의 합의로 추후 성사가 되더라도 민주당과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은 당장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내에서도 ‘통합론’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지역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통합은 지도부에서 논의를 시작하고 당원들이 공감과 동의를 해줘야 가능한 문제이지 서울시장 후보가 결단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 “취지는 공감하지만 효과는 잃는 표도 있고 얻는 표도 있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는 판단이 잘 안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후보단일화 문제는 물론이고 통합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도층 공략을 위해 강성 친문 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열린민주당과 일정한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통합 카드를 '대선용'으로 활용하려는 포석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또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으로 강성 친문 지지층이 민주당에 합류할 경우 또 다른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어느 정도 작용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열린민주당에 친문 강성 지지층이 많기 때문에 열린민주당과 손잡는 것이 중도 외연확장 측면에서 썩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열린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통합을 통해 민주당에 들어올 경우 혹시 분란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며 “또 어차피 통합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대선을 앞두고 하는 것이 정치적 효과를 더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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