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파일럿으로 방영된 ‘심야괴담회’가 정규 편성을 확정지었다. / MBC
지난 1월 파일럿으로 방영된 ‘심야괴담회’가 정규 편성을 확정지었다. / MBC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지난 1월 파일럿으로 방영된 MBC ‘심야괴담회’가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정규 편성으로 돌아온다. TV에서 납량 프로그램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어 아쉽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져 왔던 상황. ‘심야괴담회’가 납량 프로그램 부활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8일 MBC에 따르면, ‘심야괴담회’가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3월 중 첫 방송될 예정이다. ‘심야괴담회’는 국내 최초 괴담 스토리텔링 챌린지 프로그램이다. 할머니가 들려준 신비로운 이야기, 군대·학교·여행지에서 겪은 공포스러운 사건 등 각종 다양하고 괴이한 이야기를 공모 받은 뒤, 신동엽·김숙·박나래 등 MC들이 읽어주는 콘셉트로 진행된다. 선정된 공모작에는 액땜 지원금 44만4,444원이 지급된다.

무엇보다 ‘심야괴담회’는 한동안 TV에서 보기 힘들었던 납량 프로그램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먹방, 트로트, 리얼 버라이어티, 관찰 예능 등 몇 개의 콘셉트들이 반복되고 있는 예능 흐름을 보더라도 ‘심야괴담회’ 시도는 반가움 그 자체다.

사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공포물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 중 하나였다. 전설, 민간 설화 등을 모티브로 제작한 KBS2TV ‘전설의 고향’이 1977년 첫 방송된 이후, MBC ‘거미’(1995), ‘환상여행’(1996), SBS ‘어느 날 갑자기’(1998), ‘고스트’(1999), ‘RNA’(2000) 등 여러 공포 드라마들이 당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여자 배우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전설의 고향’. 사진은 구미호로 출연한 박민영의 모습이다. / KBS2TV ‘전설의 고향’ 방송화면 캡처
여자 배우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전설의 고향’. 사진은 구미호로 출연한 박민영의 모습이다. / KBS2TV ‘전설의 고향’ 방송화면 캡처

특히 ‘전설의 고향’은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총 670여 편의 방송을 통해 그 시절 안방극장을 공포에 떨게 만들며 대한민국 대표 ‘공포 드라마’로 이름을 날렸다. 송윤아·고소영·박민영·전혜빈·김지영 등 구미호 역을 맡은 배우들이 대거 스타덤에 오를 정도로 ‘전설의 고향’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내 다리 내놔’ 에피소드(덕대골 편)가 지금까지 회자된다는 점 또한 ‘전설의 고향’의 명성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공포 소재는 예능으로도 이어졌다. MBC ‘환상여행’(1996)을 비롯해 KBS2TV ‘서세원의 공포체험 돌아보지마’(1997), SBS ‘토요미스테리극장’(1997), MBC ‘이야기 속으로’(1999) 등 여러 납량 프로그램들이 오싹함으로 한여름 시청자들의 무더위를 식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더위를 납량 프로그램으로 식힌다는 것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납량 프로그램들이 TV에서 자취를 감춘 가장 큰 이유는 시청률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포물이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소재이기도 하고, 리얼리티 예능이 강세를 이루는 추세 속에 귀신 분장을 하는 것들이 시청자들에게 이질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만큼 방송가에서는 납량 프로그램들을 멀리 해왔다.

19세 이상 시청가로 방영했음에도 지나친 충격과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은 ‘혼’/ MBC ‘혼’ 방송화면 캡처
19세 이상 시청가로 방영했음에도 지나친 충격과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은 ‘혼’/ MBC ‘혼’ 방송화면 캡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 가능성 또한 제작진에게 부담스러운 요소로 작용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1조에는 ‘미신 또는 비과학적 생활 태도를 조장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009년 방송된 MBC 납랑 특집 드라마 ‘혼’이 지나친 충격과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19세 이상 시청가’ 등급이었음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은 바 있는 만큼,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방송사의 입장에서 납량 프로그램은 도전이나 다름없다.

앞서 파일럿으로 방영됐을 당시 ‘심야괴담회’는 특별한 귀신 분장이나 재연 없이, 오로지 출연자들의 스토리텔링만으로 시청자들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재치 있는 입담의 소유자인 신동엽·김숙·박나래를 MC로 내세웠다는 점은 과거 무섭기만 했던 납량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점으로 작용,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방송 직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화제성 또한 남달랐던 만큼, ‘심야괴담회’의 컴백이 방송가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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