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0 23:09
천종윤 씨젠 대표, ‘진단키트 신화’에 오점 남기다
천종윤 씨젠 대표, ‘진단키트 신화’에 오점 남기다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1.02.09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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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씨젠을 방문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에게 코로나19 진단시약 제품을 설명하고 있는 천종윤 씨젠 대표(왼쪽)의 모습. /뉴시스
지난해 2월 씨젠을 방문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에게 코로나19 진단시약 제품을 설명하고 있는 천종윤 씨젠 대표(왼쪽)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분자진단 분야에서 외길을 걸어온 끝에 코로나19 사태로 ‘신화’의 주인공이 된 천종윤 씨젠 대표이사가 회계처리 위반으로 씁쓸한 오점을 남기게 됐다. 가뜩이나 ‘소액주주 달래기’라는 까다로운 과제를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거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대리점 밀어내기로 매출 부풀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지난 8일 의료용품 업체 씨젠의 회계처리 위반을 적발해 △과징금 △담당임원 해임권고 △감사인지정 3년 △내부통제 개선요구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과징금 규모는 향후 결정될 예정이며, 해당 담당임원은 현재 퇴사한 상태여서 퇴직자 위법사실 통보로 갈음된다.

증선위가 적발한 씨젠의 회계처리 위반 사항은 세 가지에 달한다. 우선, 씨젠은 2011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매출액 및 매출원가를 과대계상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내외 대리점에 주문량을 초과하는 과도한 물량의 제품을 임의반출한 뒤 이를 모두 매출로 인식하는 소위 ‘대리점 밀어내기’ 방식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증선위는 씨젠이 유동부채로 분류해야 하는 1,144억5,600만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비유동부채로 분류하고, 기술적 실현가능성을 충족하지 못한 연구개발 관련 지출금액을 개발비로 과대계상했다고 지적했다. 개발비 과대계상 규모는 771억6,100만원이다.

이에 대해 씨젠 측은 “과거 관리 부분 전문 인력 및 시스템 부족으로 발생한 문제”라며 “이미 2019년 3분기에 지적된 모든 사항을 반영해 재무제표를 수정·공시했으므로 추가적인 수정·정정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2000년 씨젠을 설립해 분자진단 분야에서 꿋꿋이 외길을 걸어온 천종윤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진단키트를 선제 개발해 전 세계 방역에 기여한 바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씨젠의 주가가 치솟아 막대한 부를 거머쥐기도 했다.

2019년 1,220억원이었던 씨젠의 연매출은 지난해 10배 가까이 증가해 1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영업이익 또한 1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회계처리 위반 문제로 천종윤 씨젠 대표는 ‘진단키트 신화’에 씁쓸한 오점을 남기게 됐다. 씨젠 뿐 아니라 바이오업계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린 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욱이 천종윤 대표는 현재 ‘소액주주 달래기’라는 까다로운 당면과제를 마주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2만원대였던 씨젠의 주가는 지난해 8월 32만원을 넘기며 폭등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상승세가 꺾인 주가는 이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새해 들어서는 아예 20만원대 밑으로까지 내려앉은 상황이다.

그러자 씨젠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말부터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 씨젠 측과 면담을 가진데 이어 올해 초엔 임시주총 소집 등의 요구사항이 담긴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의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부양에 소극적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에 씨젠은 지난해 12월 배당확대 방침을 공식 발표했고, 임원들이 대거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회계처리 위반 문제까지 적발되면서 천종윤 대표는 곤욕스러운 상황을 맞게 됐다. 주가 부양이 시급한 시점에 오히려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회계처리 위반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9일 씨젠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5% 하락해 장을 시작했으며, 내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향후 확정될 과징금 규모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와 관련, 씨젠 측은 “회계 관련 미비점을 근본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문 인력 충원,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 등 관리 역량과 활동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고, 준법감시 및 위험관리 조직 신설, 글로벌 ERP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