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서울시장 후보들은 10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수직정원′ 공약에 대해 맹폭을 퍼부었다.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4‧7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연이어 공약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공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후보들 간에도 이를 고리로 비난전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10일 정치권에서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수직정원’ 공약이 난타를 당했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상과학 영화를 너무 자주 보셨나”라며 맹비난했다.

박 전 장관은 전날(9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안국빌딩 선거사무소에서 비대면 정책발표회를 열고 ‘수직정원’을 세 번째 공약으로 발표했다. 10만 평 규모의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비어있는 부지에 수직정원등대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직정원등대란 주거‧스마트팜‧생활 시설‧일자리 등을 하나로 합친 공간을 의미한다. 박 전 장관은 “착한 먹거리 공급, 운동, 헬스케어, 주거 문제를 동시해 해결해 삶의 질을 높이겠다”며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권은 현실성이 없다며 힐난했다. 오 전 서울시장은 “실행 가능성과 정책의 효율성조차 따져보지 않고 설익은 공약을 선택해 발표하는 것은 유권자인 서울시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몇몇 건축가의 설익은 실험적 아이디어 경연장으로 만들 생각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야권 서울시장 후보인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수직정원등대 구상은 실패가 뻔한 사업이기에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박 전 장관이 자신의 공약을 표절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제가 7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온 ‘조은희 표 역점사업’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앞서 나경원 전 의원이 내건 ′1억원 공약′은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의 대상이 됐다. /뉴시스

◇ 줄잇는 대선급 공약

비단 박 전 장관만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앞서 나경원 전 의원이 내놓은 ‘결혼·출산 1억 공약’ 역시 여야를 막론하고 맹폭을 당했다. 야권에서는 오신환 전 의원이 선봉에 섰다. 오 전 의원은 나 전 의원의 공약에 대해 “저출산 대책도 좋지만, 앞뒤가 맞는 현실성 있는 주장을 해야 한다”며 ‘나경영(나경원+허경영)’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여권에서도 “돈 줄 테니 애 낳으란 소리로 들린다”며 “청년들이 굉장히 불쾌했을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그럼에도 나 전 의원은 전날(9일) 한 라디오에서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면 나경영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당선되면 더 드리고 싶다”고 되받아쳤다.

부동산 공급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공약이 줄을 잇고 있다. 앞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공공주택 16만 호 공급 공약을 내걸었다. 지하철 1호선 지상 구간을 지하화해 17만 평 신규 부지를 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공공기관 이전 등을 통해 약 75만 호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민심이 최대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잡기 위한 행보라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터무니 없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임기가 1년 뿐인 상황에서 공약 만큼은 ‘대선급’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후보들만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이 앞장서 이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가덕도 신공항’이나, 국민의힘이 꺼내든 ‘한·일 해저터널’ 등이 일례다. 국책사업이 1년짜리 보궐선거 판에 끼어든 꼴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지금은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동원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이기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만의 문제 또는 야당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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