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은평구 대림시장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우 의원이 ‘박원순 계승’을 선언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뉴시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은평구 대림시장을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우 의원이 ‘박원순 계승’을 선언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박원순 계승’을 선언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채 스스로 세상을 떠나면서 치러지게 됐다.

‘박원순 쇼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최대 악재다. 야당은 ‘박원순 성추행 프레임’을 적극 활용해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박원순’ 이라는 이름이 자꾸 소환되는 것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과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박원순 계승’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선택했다.

우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시장은 제게 혁신의 롤모델이었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던 동지였다”며 “참여연대를 만들어 시민운동의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갈 때도 감탄했고 시민의 삶에 다가가는 서울시장으로서의 진정성에도 감동받았다”면서 박 전 시장을 치켜세웠다.

우 의원은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면서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2월 11일은 박원순 시장의 67번째 생일이다. 비록 고인과 함께 할 수 없지만 강난희 여사와 유가족이 힘을 내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 ‘박원순 카드’로 역전 노린 듯… ‘역풍’도 거세

우 의원은 지난 5일에도 서울시 버스노조를 방문해 “박 전 시장께서 항상 사회적 약자, 일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말씀하셨고, 저와 철학이 같다”면서 박 전 시장을 계승하는 교통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특히 우 의원이 박 전 시장의 부인인 강난희 여사가 박 전 시장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쓴 손 편지에 공개적으로 동조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강 여사의 편지 중 ‘박원순은 제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나의 동지’라는 대목을 소개하고 “언론에 보도된 강난희 여사의 손 편지글을 보았다. 글의 시작을 읽으면서 울컥했다. 이를 악물고 있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어떻게 견디셨을까”라고 적었다.

강 여사는 최근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쪽에 손 편지를 보내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것에 대해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면서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 억울함을 호소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27일 “인권위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피해자와 가족들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이 같은 입장과 달리 우 의원이 강난희 여사의 손 편지에 동조하고 나서면서 ‘2차 가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우 의원이 ‘역풍’을 감수하면서까지 ‘박원순 계승’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여권은 그동안 박원순 전 시장 사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칭하며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었다. 민주당 지지층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우상호 의원이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를 끌어모아 열세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박원순 계승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우 의원이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서 박 전 시장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사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확실하게 내편을 만들어서 역전승을 해보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2등 후보의 초조함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 의원의 선택이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내 일각에서도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고, 당장 야당에서는 우상호 의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후보라면 ‘박원순 찬양’을 입에 올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부지간(박원순‧강난희)의 감정마저 함부로 평가하진 않겠다. 문제는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가하는 2차 가해이며 정치 선동”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도 논평을 내고 “자당의 지자체장 성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도 뻔뻔스럽게 박 전 시장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해자를 치켜세우고 옹호하는 발언이 그렇다”고 비판했다.

우 의원 측은 언론을 통해 강 여사의 손 편지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인권위 입장을 존중한다”며 “남편에 대한 아내의 애절함에 동의한다는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또 박 전 시장 ‘계승’을 선언한 것에 대해서는 “그의 시민 운동이나 시정에 대한 가치를 같이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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